/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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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1974년 승용차 ‘포니’를 출시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첫 고유 모델 자동차였다. 이 차량은 1977년 남미의 에콰도르에 6대가 수출됐다. 역시 첫 해외 수출이었다. 지난해 현대차의 수출 대수는 118만대다. 36년 만에 20만배나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5위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났고,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3년 처음으로 64K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일본 업체들이 이미 20년 전에 생산한 제품이었다. 멀리 달려가는 경쟁사들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뒤에서 출발한 반도체 산업이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6.2%에 달한다. 일본을 따돌리고 미국(52.4%)에 이어 2위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메모리 분야에선 1위다.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 속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들의 과감한 도전과 혁신이 있었다.

도전과 혁신이 성장의 열쇠

현대차는 2008년 프리미엄 대형 세단 ‘제네시스’를 선보여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차’라는 인식이 컸던 현대차의 질적 성장을 위해 BMW, 렉서스 등과 경쟁하는 차량을 개발한 것이다.

현대차의 기술력을 응집시킨 제네시스에 대한 국내외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경쟁사들이 ‘현대차가 어떻게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었는가’라며 차량을 직접 분해해볼 정도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2세대 제네시스를 내놓았다. 2009년부터 48개월 동안 5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신차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4륜구동 시스템 적용, 차체 강성 강화 등 디자인은 물론 주행성능까지 끌어올렸다. 주문이 밀려 증산에 나설 정도다. ‘하면 된다’는 기업가 정신이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다.

도전과 혁신은 한국이 발전한 원동력이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매년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은 14개가 포함됐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일곱 번째로 많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는 삼성전자(14위)다. 정보기술(IT) 기업 내에서 애플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은 안팎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초만 해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실물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시장도 얼어붙었다. 환율은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며 수출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전체 수출액이 최대 6%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하는 현대차 등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조선 등 다른 수출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여기에 중국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며 달려오는 형국이다. 경영 예측이 어렵고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얼마나 잘 극복해나가느냐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하반기 경영 키워드] 도전과 혁신…신발끈 동여매고…기업들 다시 '기본기' 집중한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들

기업들도 하반기 경영전략을 다시 점검하며 재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 및 기술·제품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마하경영’을 화두로 삼았다. 이건희 회장이 2002년 4월 “제트기가 음속의 2배로 날기 위해선 엔진의 힘만 2배로 늘려선 되지 않는다.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생긴 말이다. 삼성은 올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한편,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프리미엄 가전, T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새로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신차 AG(프로젝트명)를 통해 내수시장 방어에도 나선다.

지난해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며 ‘수출기업’으로 변신한 SK그룹은 올해 하반기에 총 15조원의 투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내 사업부문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LG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포스코와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기술 혁신과 사업 영토 확장 등으로 성장동력 확보 및 수익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