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박주영이 살아야 '홍명보호가 산다'
'살아나라 박주영!'
지난 5일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이던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박주영(29·아스널)에 대해 "런던올림픽 때보다 지금의 경기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주영을 향한 홍 감독의 믿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8일 23명의 최종명단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경기력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을 발탁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박주영을 대체할 스트라이커 자원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참가한 경험이 풍부한 골잡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64경기에 출전해 24골을 기록하며 월드컵 전사 23인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는 '축구천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했고, K리그 FC서울을 거쳐 2008년 9월 AS모나코(프랑스)에 진출해 세 시즌 동안 91경기에 나서 25골을 터트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귀중한 프리킥 득점으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도 큰 몫을 했다.

다만 2011년 8월 아스널(잉글랜드)로 진출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 생활에 빠진 박주영은 셀타 비고(스페인)와 왓퍼드(잉글랜드)에서 임대 생활을 하면서도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해 '경기력 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때부터 박주영을 주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성과를 냈고, 결국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핵심 공격 자원으로 또 한 번 신임을 줬다.

박주영은 지난 3월 그리스와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골잡이 본능'을 과시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28일 튀니지 평가전(0-1패)과 지난 9일 가나 평가전(0-4패)에서 무득점에 그쳐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박주영은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가늠할 러시아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한국시간 18일 오전 7시)을 앞두고 마지막 득점 감각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박주영은 러시아전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이미 낙점을 받은 상태다.

박주영의 가장 큰 장점은 '빅매치'에 강하다는 것이다.

간결한 볼 처리와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 반 박자 빠른 슈팅은 박주영의 힘이다.

지난 3월 그리스 평가전에서도 전반 18분 만에 손흥민(레버쿠젠)의 크로스를 받아 시도한 첫 슈팅을 결승골로 만들며 시들지 않은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다만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치러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침묵을 지킨 게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두 경기 모두 대표팀이 소집훈련에서 이어진 힘겨운 체력 훈련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만큼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박주영도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치르는 동안 "공격수라면 당연히 골을 넣어야 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힘든 훈련을 잘 견뎌내 브라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홍명보호 역시 박주영이 살아나야만 전방의 공격진이 모두 힘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러시아전에서 공격 본능이 눈을 뜨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