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핵심 신도들의 도움받아 추적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을 아직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유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 지시는 이번이 세 번째다.

수사팀의 분발을 촉구한 수준을 넘어서 검·경의 기존 수사 방식 자체의 변화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발언의 강도가 더 세졌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유병언 검거를 위해서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의 검거 방식을 재점검하고 다른 추가적인 방법은 없는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본격적인 구인에 나선지 20일이 지나도록 검찰이 정확한 소재 파악도 못하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씨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에서 머무르다가 지난달 초 순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유씨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한참 뒤인 지난달 21일에서야 금수원에 진입했고 당연히 유씨 신병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유씨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본격적인 추적에 나선 검찰은 유씨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 순천 일대에 대대적인 포위망을 구축하고 차량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오전 유씨 지인의 승합차가 전남 영암군의 한 휴게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면서 유씨가 순천을 빠져나가 목포와 해남 쪽에 숨어든 정황이 드러났다.

금수원에 이어 검·경의 포위망이 또다시 뚫린 셈이다.

검찰이 매번 유씨를 검거하는데 한 발짝씩 늦는 것은 유씨가 일반 범죄자와 달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인 물적·인적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일반 범죄자와 달리 신도들이 사법처리되는 위험을 떠앉으면서도 유씨 도피에 조력자로 나서면서 검·경 포위망을 무색케하고 있다.

통상 주요 수배자들 중 검문검색에 걸려 체포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범죄자가 불안감으로 인해 '실수'를 범하거나 내부자나 친인척,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신고 보상금을 역대 최고액인 5억원으로 올리면서 활발한 내부 제보를 기대했지만 유씨 주변에 있는 신도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밀항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이에 성공할 경우 측근들의 구속과 재산 환수 등 그동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대한 책임론 제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경찰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상황에서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색 인원을 더 많이 투입해 지금보다 더 촘촘한 포위망을 구축하거나 검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유씨를 기소중지한 뒤 지명수배하는 방법이 남았다.

측면 전술로 유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구원파 핵심 신도들을 체포해 유씨의 소재를 추궁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신도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재진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순교까지 불사하겠다는 구원파 신도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감수해야한다.

경찰과 소방서 등 관계기관은 전날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금수원 재진입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공권력 투입시 연행 방법, 분신 등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 등을 논의했지만 금수원 규모가 매우 커 구원파의 협조 없이 강제진입은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고 핵심 측근들을 체포한다고 해도 종교적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지도자의 은신처에 대해 진술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이같은 안팎의 어려움을 뚫고 유씨를 끝내 검거하는 '해피엔딩'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주범'을 놓치는 미완의 수사 사례를 남기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천연합뉴스) 박대한 손현규 기자 pdhis959@yna.co.krson@yna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