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에 입사한 조기돈(오른쪽)·이진효 씨는 “조폐공사는 탁월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대전 본사에 있는 화폐박물관의 상평통보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한국조폐공사에 입사한 조기돈(오른쪽)·이진효 씨는 “조폐공사는 탁월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대전 본사에 있는 화폐박물관의 상평통보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우리는 세계 최고의 위·변조 방지 기술로 신뢰사회를 구축한다.’

대전 유성구의 한국조폐공사 본사 본관에 쓰여 있는 문구다. 조폐공사는 돈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화폐뿐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 주민등록증, 여권과 기념주화 및 각종 국제 스포츠경기 기념메달도 만들고 있다. 5000만 국민의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다. 최근엔 위·변조 방지 기술을 페루, 리비아, 태국 등에 수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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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는 지방이전 공기업 1호다. 1950년 10월 창립 당시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인근에 터를 잡았지만, 1973년 4월 본사를 대전으로 옮겼다. 대전 본사, 경북 경산 화폐본부, 충남 부여 제지본부 등 사업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 만큼 임직원의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조폐공사는 2012년 대졸 공채로 10명을 뽑은 이후 2년 만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채용을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고졸만 10명을 뽑았다.

2011년 청년인턴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진효 씨(30·충남대 문헌정보학 졸)와 2012년 공채로 입사한 조기돈 씨(34·경희대 행정학 졸)를 만나 입사비결을 들어봤다.

직원들 이름 다 외워 인사했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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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효 씨는 2010년 6월부터 6개월간의 조폐공사 인턴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계약직으로 1년간 근무했다. 인턴 동기 20명 가운데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7명에 포함된 것이다.

충남대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 석사를 딴 이씨는 “인턴 시절에 공공기관 기록관리 평가업무를 담당했는데 그해 평가에서 조폐공사가 좋은 성적을 거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1년 27세에 여성 신입사원으로 정식 입사한 이씨는 “후배 중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많다”며 “나이가 많다고 지레 겁먹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서 중시하는 것은 나이보다 인성”이라며 “튀는 사람보다 상대를 수용하면서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입사 후에도 중요한 역량은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는 인성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폐공사는 올해 인턴의 9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씨에게 인턴에서 정규직이 된 비결을 물었다. “저는 인턴 때 총무팀에서 일했는데 직원들 이름을 다 외웠어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이름을 불러가며 인사를 했죠. 그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며 “인턴의 업무성과를 제대로 챙겨주는 선배들 덕분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최근 조폐공사의 새로운 화두는 ‘신시장 개척’”이라며 “면접 때 조폐공사의 뛰어난 기술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어필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긍정적 마인드로 면접 통과

조기돈 씨는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5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늦은 나이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취업의 길도 쉽지는 않았다. 50여곳에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조폐공사는 오는 17일 서류전형 합격자 250명을 대상으로 인성 및 직무능력검사를 치른다. 그가 직무능력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삼성, SK, 농협 등 세 곳의 문제집을 마스터했어요. 그랬더니 조폐공사는 물론 수자원공사, 교통안전공단, 인천항만공사에 모두 합격했죠.”

인적성검사엔 합격했지만 면접은 자신이 없었다. 면접 당일에도 많이 긴장했지만 그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은 ‘인사’였다. 조씨는 “회사 여기저기 지나는 분들께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인사담당자가 밝은 표정이 좋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어디서든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을 화폐에 비유한다면’이란 질문에 그는 “면접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1000원권이 되고 싶다”고 소개했다. “1000원권은 지폐 중 가치는 낮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돈이죠. 지금은 비록 낮지만 묵묵히 제 일을 감당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