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5월 신차 판매가 160만대를 넘어서면서 2005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경제가 1분기 혹한으로 인한 일시적 위축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판매 9년만에 '최고 속도'
3일(현지시간) 자동차업체들의 지난달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5월 판매대수는 160만6264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3%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7%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업체별로는 도요타와 크라이슬러가 17%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비롯 GM과 닛산, 기아차 등이 두 자릿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도요타와 닛산은 24만여대와 13만여대를 판매해 5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빌 페이 도요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 부사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개선되고 신차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리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픽업 트럭이 호조세를 보이며 전체 메이커를 통틀어 가장 많은 28만여대를 판매해 13%의 ‘깜짝’ 증가세를 보였다. 커트 맥네일 GM 미국판매 총괄 부사장은 “17개 전 차종이 모두 두 자릿수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당초 예상한 7%를 배 가까이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포드도 지난해보다 3% 늘어난 25만여대, 크라이슬러는 17% 증가한 19만여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혼다도 전년보다 9% 늘어난 15만여대가 팔렸다.

현대와 기아차도 두 회사를 합쳐 13만대를 판매, 8.5%의 신장세를 보였다. 기아차는 주력 모델인 옵티마(한국 판매명 K5)와 쏘울의 판매 호조로 지난해보다 14.8% 늘어난 6만87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3.7% 증가한 7만907대의 실적을 올렸다. 고급 승용차 시장을 겨냥해 투입한 제네시스 신모델도 5월 한 달 동안 3437대나 팔리는 등 선전했다. 주요 자동차업체 가운데 폭스바겐만 유일하게 판매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한파로 차량 구매를 미뤘던 대기수요가 많았고, 계절적 성수기인 5월 날씨가 좋았던 데다 다섯 번의 주말이 포함돼 영업 기회가 늘어난 것도 판매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달에도 대출금리 인하 등 자동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판매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전문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예상을 뛰어넘는 5월 자동차 판매실적 호조는 최근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의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