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말 강원지역에 '화력 집중'…'표심 구애'

6·4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최대 승부처인 원주는 선거를 코앞에 둔 주말에도 폭풍전야의 고요가 흘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화력을 총동원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표심은 여전히 참호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31일 김무성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강원 영동지역에 급파, 같은 당 최흥집 도지사 후보의 텃밭에서 집토끼 지키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 후보와 속초를 비롯해 양양, 강릉, 삼척 등 영동지역을 순회하고 '힘있는 여당 도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원에 나섰다.

최흥집 후보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30일에도 원주에서 강원지역 국회의원 9명을 모두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성전(攻城戰)'을 펼쳤다.

새누리당의 이날 세 과시는 최흥집 후보가 내세운 '힘 있는 도지사'를 증명하려는 의도였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명숙 전 총리를 선봉장으로 국회의원 11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지원부대를 원주로 급파했다.

전병헌 전 대표, 신경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급 국회의원들은 이날 원주시 무실동 자치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강원도지사 '수성전(守城戰)'의 최전선 원주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말인 31일에는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원주에 보내 부동층 표심 흔들기에 사력을 다했다.

문 의원은 이날 장미축제가 열리는 도심 일대에서 그동안의 도정 성과를 토대로 진짜 감자인 '최문순의 땀'을 믿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에는 선대위원장급 인사를 원주에 투입하고, 2일에는 김한길 공동대표가 직접 원주를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여·야 모두 원주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비해 정작 원주 표심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적으로 보면 '강원도의 충청도가 원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 색깔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주는 '강원 빅 3'인 춘천과 강릉보다 외지인 비율이 높아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짙지 않다.

지역색이 강하지 않다 보니 표심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출렁거린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2012년 총선에서는 여당이 각각 압승했다.

단계동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30대 초반의 남성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는 당을 보고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인물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반면 학성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초반의 여성은 "도지사 후보들에 대해 잘 몰라 도지사와 교육감은 지지하는 시장과 같은 당 소속 후보들을 찍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그동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박빙 대결을 벌이는 것도 원주 유권자들이 표심을 더 감추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현역 시장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4년 만에 벌이는 원주시장 선거 재격돌이다.

원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안에서든 밖에서든 선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동료 사이의 불문율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원주 유권자들의 표심에 양 캠프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최흥집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공들인 것보다 피부로 느끼는 반응이 조금 아쉽지만, 차별화되고 섬세한 원주 발전 공약·정책과 약속을 지키는 후보라는 점이 유권자 마음을 움직이고 있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원주 유권자들이 표현을 잘 안 하는 것은 맞지만, 새벽시장 등 밑바닥을 훑으며 교감한 스킨십으로 앞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 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후보는 이번 선거 최후의 전장으로도 원주를 선택할 것으로 보여 이곳에서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원주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