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혼전' 영·호남 '현직 교육감 출신 우세'
막판 보수 진영 단일화·부동층 30% 표심 변수될 듯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는 지역별로 진보 단일후보와 복수의 보수 성향 후보가 대결하는 구도다.

17개 시도 가운데 14곳에서 진보 단일 후보가 나왔지만, 보수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단일화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이다.

지역별 판세를 보면 수도권과 충남, 세종, 경남, 부산, 제주 등에서 후보간 혼전이 계속되는 반면, 호남 전 지역과 충북, 대전, 경북, 대구, 강원 등은 특정 후보가 독주하거나 우세가 뚜렷하다.

영남, 호남, 강원에서는 현직 교육감 출신 후보가 강세지만, 현직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은 곳은 후보간 경쟁이 치열하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깜깜이' 선거가 여전한 가운데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드는 네거티브 전략이 횡행하고 있다.

적지 않은 곳에서 '색깔론'도 고개를 들었다.

◇ 수도권 '예상불허', 영·호남 '현직교육감 독주' =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판세가 비슷하다.

모두 1명의 진보 후보와 복수의 보수 후보가 접전 속에 선거 막판까지 예측 불허다.

부동층이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울은 선거 초반 보수 성향의 고승덕 후보가 높은 인지도로 지지율에서 앞서 나갔지만, 현직 교육감 출신인 문용린 후보와 진보 성향의 조희연 후보가 치고 올라와 현재는 결과를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MBC와 SBS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고 후보가 26.1%, 문 후보가 23.5%, 조 후보가 14.9%의 지지율을 보여 1,2위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경기는 진보 성향의 이재정 후보와 보수 측인 조전혁·김광래·최준영 후보가 여론 조사마다 오차 범위로 순위가 엇갈리면서 그 누구도 당선을 낙관하지 못한다.

경기는 세월호 참사로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 표심은 더 싸늘하다.

인천은 4명의 후보가 접전을 벌이다가 최근 보수 성향의 이본수 후보와 진보 성향의 이청연 후보가 미세하게나마 앞서고 있는데 두 명은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는 박빙이다.

충청권의 경우 충북은 진보 성향의 김병우 후보가, 대전은 보수 성향의 설동호 후보가 나머지 후보들을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충남은 진보 성향의 김지철 후보와 보수 성향의 서만철 후보가 팽팽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세종시는 오광록, 홍순승, 최태호(이상 보수 성향), 최교진(진보 성향) 4명이 '절대 강자' 없이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하고 있다.

호남과 영남 지역은 대체로 현직 교육감 출신이 강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호남이 장만채(전남), 장휘국(광주), 김승환(전북) 등 진보 교육감들이 재선을 낙관하는 반면, 영남은 이영우(경북), 우동기(대구), 김복만(울산) 등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일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남은 고영진·권정호·박종훈 후보가, 부산은 김석준·임혜경·박맹언 후보가 혼전 양상이다.

경남의 박종훈 후보와 부산의 김석준 후보는 진보 성향이고, 부산의 임혜경 후보는 현직 교육감이다.

강원은 진보 성향의 민병희 후보(현 교육감)가 앞선 가운데 보수 성향의 김선배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고, 제주는 진보 성향의 이석문, 보수 성향의 강경찬·고창준·양창식 후보가 아직 승부를 가름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색깔론도 고개 =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하자 후보들은 합리적인 정책보다는 상대 후보 비방과 흠집내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자연히 폭로와 고발이 잇따르고 지역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일도 일어났다.

서울에서 조희연 후보는 고승덕 후보에 대해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과 아들 병역 문제를 제기했고, 고 후보는 조 후보 자녀의 외고 입학, 장남의 병역 문제, 통합진보당 연루설 등으로 역공을 폈다.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에게 '관권선거' 의혹이 있다고 몰아붙였고, 이상면 후보는 2012년 교육감 재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충남에서 서만철 후보는 두 자녀의 국제학교 졸업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김지철 후보는 전과가 타깃이 되고 있다.

심성래 후보는 선거사무장 등이 연락소장들에게 불법 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

대전의 설동호 후보는 '가족 중에 학교현장에 기자재나 학교 급식납품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공격을 받았고, 최태호 후보는 오광록 후보와 최교진 후보의 전과를 거론하며 부적격자들의 퇴출을 주장했다.

대구에서는 우동기 후보가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한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하자 다른 후보들로부터 '관권 선거' 공세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색깔론'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의 박용우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빨갱이 교육감 탄생시킬 것인가? 정치꾼 교육감 탄생시킬 것인가?"라며 "걸림돌이 되는 후보 제외하고 우리끼리 보수후보 단일화해 뭉치자"고 원색적인 단일화 제안을 했다.

서울 문용린 후보도 "종북 좌파 이념을 주입하는 전교조와 편향된 좌파 세력으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부산에서도 보수 후보들이 진보 성향의 김석주 후보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 출마한 전력을 두고 '좌파 교육감은 절대 안된다'며 색깔론을 내세웠다.

◇ 막판 보수 단일화·부동층 표심이 변수 = 진보 성향 후보의 경우 대전(최한성, 한승동), 광주(장휘국, 윤봉근), 전북(김승환, 이미영)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모두 후보가 단일화됐다.

반면 보수 성향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복수로 출마한 만큼 막판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최종 판세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진보 단일후보가 난립한 보수 후보들과 혼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서는 보수 유권자들의 후보 단일화 촉구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기는 김광래 후보와 최준영 후보가 한때 단일화 직전까지 갔지만 실패했다.

부산은 정승윤·박맹언·임혜경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보수단체들이 갈라져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양상이어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충북은 장병학 후보가 단일화 추진을 제안했지만 김석현·손영철 후보가 손사래를 치면서 마지막 합종연횡의 반전 카드가 난항을 겪고 있다.

모든 선거구에서 공통적인 것은 여전히 30%에 달하는 부동층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 않은 이 부동층이 선거 당일 인지도에 따라 표를 던질지 보수·진보의 진영에 따라 투표할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