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다. 국내 2위 포털 업체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 간에 이뤄지는 모처럼의 빅딜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시가총액 4조원대의 정보기술(IT) 거대기업이 탄생해 네이버에 맞서는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인터넷 시장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의 절대강자 네이버도 합병을 통해서 탄생했다. 2000년 당시 수익모델로 고전하던 네이버는 한게임과의 합병이라는 카드로 대도약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인터넷 시장환경은 과거 네이버와 한게임 합병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 시너지를 놓고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다음은 모바일, 카카오는 게임 외 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두 회사는 인수합병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양사의 합병이 국내 인터넷 시장의 경쟁구도를 얼마나 흔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인터넷 시장에 새로운 혁신 경쟁을 몰고 온다면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사실 한국은 구글이 아닌 로컬업체가 인터넷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네이버가 절대강자로 등극한 이후부터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 시장에서 다음과 카카오 합병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경쟁과 혁신만이 국내 인터넷 업체를 구글 등 글로벌 강자에 맞설 수 있게 만든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그 여세를 몰아 보다 많은 국내 업체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에서 보듯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십분 확인한 만큼 더 이상 좌고우면할 이유도 없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새로운 경쟁과 혁신, 그리고 글로벌화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