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M&A 단골' 다음-카카오 합병 막전막후…"변화 절박"
[ 김민성·김효진 기자 ] 26일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합병을 공식 발표하자 정보기술(IT) 업계에 다양한 해석과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다음은 이미 2주 전 회사 합병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의사결정에는 다음과 카카오 측 극소수 경영진들만이 참여했다. 23일 각사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지난 주말동안 양사 투자·회계(IR) 및 홍보, 법무 인력 등이 보도자료 및 공시 자료 작성 후속 작업을 진행, 26일 오전 공식 발표했다.

다음 관련 인수합병(M&A) 설은 수년째 거론돼 왔다. 대상도 KT, 마이크로소프트, SK텔레콤, 구글, 인터파크, 엔씨소프트 등 다양했다. 그만큼 다음이 합병 대상으로 매력적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국내 2위 포털 서비스사로 뉴스, 지도, 게임, 소셜네트워크, 메일, 블로그, 카페, 음악, 영화, 책, 만화, 토론 커뮤니티(아고라) 등 방대한 콘텐츠 및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은 2010년부터 웹 버전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도 이들 서비스를 꾸준히 최적화해왔다. 투자 여력을 보유한 통신사 및 게임사, IT솔루션 업체 등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할 때 다음에 눈독을 들인 이유였다. 외부 콘텐츠 제휴 및 소싱·기획·개발·운영 노하우 뿐만 아니라 온라인 관문인 포털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는 강점이 크다.

그러나 그간 합병설은 모두 루머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음에 대한 합병설이 다시 거론될 때마다 업계나 시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온 것도 이 탓이었다. 실제 2012년 엔씨소프트와의 합병설이 제기됐을 때도 양사는 내부적으로 합병 최종 합의에 다다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을 공식화하는 보도자료 작성 단계까지 돌입한 상황에서 지분 교환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막판에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카카오-다음 간 합병 물밑 작업은 올초부터 진행돼 왔다는게 업계 정설이다. 다음-카카오 합병설이 지난 4월 1일 만우절 '깜짝' 뉴스로 흘러나왔을 정도다. 합병을 더 강력하게 추진한 쪽은 다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2위 포털사업자로 위상은 건재하지만 2010년 대대적 모바일 서비스 및 '아담' 광고 플랫폼 등 런칭 이후 수년째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탓이다.

다음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270억원, 영업이익 151억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7%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검색 광고 및 게임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었다. 검색광고 매출(646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하는데 그쳤고, 게임(78억원)은 오히려 5.2% 감소했다.

'다음의 정체가 오래가고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을 더 뜨겁게 달궜다. 실적 악화보다 사용자를 끌어들일만한 핵심 신규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다는게 더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스토리볼' 및 실시간 방송음악 정보 서비스 '방금 그곡' 등 특화형 콘텐츠는 꾸준히 선보였지만 기존 주요 서비스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해 트위터형 SNS서비스 '요즘'에 이어 블로그 서비스인 '다음 뷰' 등 서비스는 사용자 감소 여파로 접었다. 로드뷰를 앞세운 지도 서비스도 완성도 측면에서 호평받았지만 투자 대비 수익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을 대표해 온 토론 커뮤니티인 아고라 서비스도 최근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다음이 카카오와의 합병을 성사시켜 시장에 '혁신적 변화 신호'를 줘야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팽배했다는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음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음이 후발업체인 카카오에 인수되는 모양새의 합병을 통해서라도 성장 모멘텀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빠른 카카오의 조직 문화가 유입될 경우 다음의 플랫폼 정체성 및 서비스, 조직 운영 등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최대 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현재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표(13.67%). 피합병회사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29.24%) 이사회 의장이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표에서 김 의장으로 변동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김 의장은 지분 32.6%를 보유하게 되고 이 전 대표는 5.5% 수준"이라며 "이 전 대표의 경우 지배력이 상실되거나 합병 이후 역할에 대한 관심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음 내부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다음 지분 정리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김 의장이 최대 주주로 오르는만큼 김 의장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을 혁신해 나갈지가 업계 관심사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합병이 사실상 후발 주자인 카카오가 국내 IT 1세대 기업인 다음을 인수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 주식 합병비율이 1대 1.556대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 가치가 다음보다 높다. 카카오(약 2조 3500억원)와 다음(1조 590억원)의 시가총액만 봐도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형태다.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것은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인 텐센트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텐센트는 카카오 2대 주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돼 왔던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 뒤늦게 진출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이라며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은 텐센트에 가로 막혀 진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양사 합병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다음은 카카오 가입자를 통해 포털 쪽에서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고, 카카오는 콘텐츠 강화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곧바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뉴스가 가시화될 경우 합병회사 성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특히 카카오의 성장 가치를 고려하면 다음 주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김효진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