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물품 제공·차명 휴대전화 개통 등 4명 체포

검찰의 검거를 피해 금수원을 빠져나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전남 순천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지방에서 도주 중인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유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구원파 신도 4명을 범인은닉도피죄를 적용해 체포하는 한편 유씨에 대한 신고 보상금을 역대 최고액인 5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금수원 빠져나가 순천에서 기거 = 유씨는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 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씨는 그러나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한 직후인 지난 17일께 예배에 참석한 많은 신도들 틈에 섞여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수원에 은신해 있던 유씨가 다른 곳으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검거팀을 구성해 유씨 일가 관련 시설 및 부동산, 주요 신도 자택 등을 중심으로 추적 작업을 벌여왔다.

당초 서울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유씨의 행적은 그러나 전남 순천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며칠 전까지 순천 모 휴게소 부근에서 기거하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돼 검경이 추적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씨가 금수원에서 빠져나온 지 1주일여만에 구체적인 행적을 확인한 셈이다.

유씨가 전남 지역으로 도피한 것은 인근에 소재한 유씨 일가 및 구원파 관련 시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남 신안군에는 유씨 장남 대균(44)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D염전'이 있다.

유씨 일가는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황리에는 이 땅을 관리하는 '하나둘셋 농장'이 있다.

실제 유씨의 도피는 구원파의 조직적 도움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원파 신도로 아이원아이홀딩스 직원인 한모씨는 금수원 내에서 생수와 과일 등 도피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유씨 측근인 추모씨에게 전달했고 추씨는 이를 순천에 머물던 유씨에게 제공했다.

또 다른 구원파 신도인 변모씨 부부는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추씨에게 건네줘 유씨의 도피를 도왔다.

검찰은 이들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현상금 5억원…역대 최고액 = 검찰은 이날 오후를 기해 유씨에 대한 신고 보상금을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균씨 신고 보상금은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구원파의 조직적 비호 아래 유씨가 도주 중인 것으로 드러난 이상 시민이나 유씨 주변 인물들의 협조 없이는 조기 검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00여명의 세월호 인명피해와 1천400억원에 이르는 유씨의 횡령 및 배임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신고 보상금이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금액이 적다'는 말이 많이 나와서 대검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경찰과) 협의해서 많이 올렸다"며 "수사기관이 지금까지 내건 보상금 가운데 최고액"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상 최고 보상금은 5억원이다.

공무원의 불법선거운동 개입 행위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 등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를 신고한 경우에 최고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1997년부터 2년 6개월간 신출귀몰한 도주행각을 벌이다가 검거된 신창원과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에 대한 신고 보상금은 5천만원이었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과 무관한 유씨에게 이처럼 최고 수준의 보상금을 내건 것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검찰의 절박함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상향된 신고 보상금을 적용했으며 전국에 이미 뿌려진 유씨 부자의 수배 전단도 보상금 액수를 수정해 다시 배포하기로 했다.

(인천연합뉴스) 박대한 손현규 기자 pdhis959@yna.co.kr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