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해양경찰청 해체와 해양수산부 개편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공무원이 점심식사를 하러 로비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해양경찰청 해체와 해양수산부 개편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공무원이 점심식사를 하러 로비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업계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퇴직 공무원이 유관기관에 취직할 수 없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유관기관에 취업하더라도 처벌 수위는 고작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불과하고, 취업 취소 등 정부 제재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닻 올린 국가개조] 3년간 취업 제한?…"과태료 내고 옮기면 되지"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이나 7급 이상 경찰·검찰·국세청 공무원에 대해 퇴직 전 5년간 근무했던 부서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퇴직 공무원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민간 기업에 가더라도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제재 수위가 낮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선 취업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30일 전까지 소속 기관에 취업 제한 여부 확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받는 처벌은 과태료 1000만원 이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 범위를 기존 민간 기업에서 협회와 단체 등 유관기관으로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을 위반하는 공무원의 처벌 수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2012~2013년 퇴직 공무원이 소속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퇴직 후 민간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는 79건이다. 이 가운데 심리가 끝난 47건 중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29건(62%)이었다. 과태료 100만원 이하가 11건, 100만~300만원 14건, 300만~500만원이 4건이었다. 최고 처벌 수위인 과태료 1000만원을 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오리온 고문과 GS 사외이사를 맡은 전 법무부 장관 L씨에게도 4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데 그쳤다.

공직자윤리위가 임의취업자를 파악한 뒤 법원이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 등 길다는 것도 문제다. 그 사이 퇴직 공무원은 과태료의 몇 배에 달하는 연봉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2~2013년 공직자윤리위가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한 사례 79건 중 32건(40.5%)에 대해서는 법원 심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퇴직 공무원을 적발하더라도 민간 기업 측에 취업 취소 등을 강제할 수 없다. 해당 공무원이 법을 위반해 취업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기업 측에 보내는 게 전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