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지형도 바뀐다…만리장성에 명운 건 엔터株 향배는
엔터테인먼트주(株)가 '만리장성'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한류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감에 따라 중국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식에도 주가가 등락하는 상황.

증권가에서는 중국 내 한류 열풍이 시작 단계인 걸 감안할 때 당분간 엔터주 생사를 가를 핵심 열쇠는 '중국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서 '뜬다' 소식 하나에 주가도 들썩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시장에서 웰메이드는 개장과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16분 현재는 전날보다 505원(14.12%) 뛴 4040원을 나타내는 등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 회사 소속 배우 이종석이 출연 중인 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중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닥터 이방인은 중국 내 다운로드 사이트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이 드라마 판권이 판매된 동영상 사이트 '유쿠'에선 이날 현재 조회 수 2300만 건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유쿠는 닥터 이방인을 보기 위해 갑자기 방문자 수가 몰리며 한 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코스닥 대장주인 에스엠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발표에 주가가 3% 가량 뛰었다.

이번 제휴로 에스엠이 보유한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의 중국 내 온라인 서비스를 바이두가 유통하고 신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에스엠은 소속 가수 엑소의 중국 내 행보에 따라서도 주가가 움직였다. 이들이 중국에서 신작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올 때마다 3~4% 가량 상승한 것.

증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엑소 파급력이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에스엠에 대한 투자 포인트 중 첫 번째로 엑소를 꼽는다.

삼화네트웍스SM C&C도 최근 중국 드라마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키이스트는 중국發 호재와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널뛰기했다. 소속 배우 김수현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 대륙을 장악하자 고공행진을 거듭하더니 현지 업체와의 투자 유치 무산 소식에 털썩 주저앉았다.

회사 측이 지난 달 25일 중국 텐센트로부터 자금조달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는 3%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장 중 한 때 낙폭은 8%를 넘었다.

◆ 日 '한류' 옛말…중국, 새로운 한류 핵으로 부상

엔터주 향방이 중국 관련 소식에 따라 출렁이는건 중국이 한류의 핵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과거 10년 동안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불던 한류 바람과 최근 중국의 한류 열풍은 세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드라마,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중국 신(新) 한류열풍의 경제학' 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문화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K팝의 힘으로 중국 소비자가 움직이게 되는 것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며 "중국에서의 인기로 한류 매출 2조원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 방영 이후 30~40대 일본여성소비층이 대거 한국 관광과 상품을 구매했듯이 이보다 규모가 큰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한류 바람을 타고 밀려올 것이란 설명이다.

신영증권 기업분석팀 한승호 이사(미디어·엔터 담당)는 "엔터 업종의 대세는 이미 '중국'으로 굳어졌다"며 "'독도' 를 둘러싼 정치적 사안과 '엔화 약세'라는 경제적 문제로 일본에서의 한류가 거의 맥이 끊겼다면 중국 한류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진홍국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시장 자체가 크고, 일본보다 소득은 낮아도 인구 수가 많기 때문에 노출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광고 단가, 출연료, 공연 수익 등이 훨씬 높다"며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중국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한류 바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엔터는 '감성'이 들어간 사업이니만큼 소비자 취향이 쉽게 바뀌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전자제품의 경우 기존에 쓰던 것보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새로 구입하려 하지만, 좋아하는 연예인보다 더 '잘생긴' 누군가가 나온다고 해서 선호도가 달라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진 연구원은 "엔터주 내에서 '중국' 재료는 갈수록 민감해질 것"이라며 "특히 음악보다는 영상, 영화 관련 업체들이 받는 영향이 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주목해야 할 업체로는 에스엠과 삼화네트웍스, 키이스트, 미디어플렉스 등을 주로 꼽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