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프로듀서스] ⑰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취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천범주 교수 / 편집 김희운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대한민국의 한류는 드라마와 K-POP을 지나 이제 뮤지컬에 또 하나의 희망을 걸고 있다. 국내의 뮤지컬 산업은 흔히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데 <오페라의 유령><캣츠><라보엠><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위키드>까지 한국 뮤지컬의 산업화를 일구어낸 마이다스의 손, 국내 최고의 흥행사로 평가 받는 1세대 뮤지컬프로듀서 설도윤 대표를 만나 한국의 뮤지컬 산업에 대하여 들어보도록 하자.

한국 뮤지컬 사업을 이끈 설도윤 프로듀서

Q. 먼저 본인에 대한 소개
A. 대학에서 연극동아리로 처음 공연을 시작을 했었는데 돌이켜보니 당시에 준비가 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앞섰습니다. 무대에 오르며 활동을 하다 보니 부족한 실력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관객을 속이는 것만 같아서 극단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로 새로이 안무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안무를 시작하기에는 나이도 너무 늦고 정통성도 없다고 했지만 88서울 올림픽 개회식 피날레에서 1만 명의 안무를 맡으며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이대 나온 남자’라는 별칭을 얻으신 것도 그때인가
A. 네, 시작을 결심했지만 그때 당시는 마땅히 무용을 배울 곳이 없었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이화여대 육완순 교수님을 찾아가 부탁을 드렸고 만 4년 동안 매일 새벽마다 사사를 받으며 실력을 키웠습니다. 당시 이화여대는 남자가 들어갈 수 없어서 새벽에 몰래 출입하였고 그러다 보니 ‘이대 나온 남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정통 순수무용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통성이 없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KBS에서 방송무용을 시작으로 안무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 설도윤 대표 주요 약력
1987년 KBS 상임안무가
1991년 SBS 예술단장
1995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 프로듀서 입문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 프로듀서
2002년 동아일보 ‘올해의 10대 문화인물’
2003년 뮤지컬 ‘라보엠’으로 한국인 첫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프로듀서상
현 설앤컴퍼니 대표이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유니버셜 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예술교육지원센터 이사장

Q. 뮤지컬 프로듀서를 하게 된 동기는?
A. 80년대에는 안무를 배우며 계속 뮤지컬 활동을 했었고 90년대에 들어와서 방송국에서 안무활동을 하며 제작감독을 병행했습니다. 그렇게 15년을 보내고 나니 뮤지컬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프로듀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안무부터 제작활동까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듀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Q. 첫 작품인 ‘사랑은 비를 타고’는 어떠한 계기로 만들게 되었는지
A. 1991년 SBS가 개국할 당시 예술단장으로 스카우트 되어 갔는데, 개국 초이다 보니 체계없이 몸으로 때우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그런 상황에서도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어 쉬는 틈틈이 소재를 구상하다가 피아노를 치는 형제들의 이야기에 덧붙여 러브스토리를 구상했습니다. 비 오는 어느 날 집에서 끄적거린 이야기를 시작으로 2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방송국을 그만둔 후 삼성영상사업단의 공연 외주제작사를 설립해 첫 작품으로 남경주, 남경읍 형제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를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 주요 제작 작품 : 1992년 재즈, 가스펠/ 1995년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브로드웨이42번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올댓재즈/ 2001년 오페라의 유령/ 2002년 델라구아다/ 2003년 캣츠, 라보엠/ 200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미녀와 야수, 아이 러브 유/ 2005년 오페라의 유령, 피핀/ 2006년 프로듀서스, 에비타/ 2007년 캣츠, 뷰티풀게임/ 2008년 캣츠, 컴퍼니/ 2009년 아이러브유, 브로드웨이 42번가, 샤우팅, 오페라의 유령/ 2013년 위키드

Q. 설앤컴퍼니(설PD님)에서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A. 한국에서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창작뮤지컬 아니면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받은 뮤지컬을 수입해 공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틈새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러피안 스타일의 뮤지컬이 흥행을 이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 뿐 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뮤지컬을 준비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2015년에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에서 직접 오페라를 만들어 공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밀라노엑스포 기간에는 3500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대규모(8만5천명) 축구경기장인 밀라노의 산시로 경기장을 빌려 아웃도어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뮤지컬 ‘아이다’를 오페라로 제작 및 공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밀라노엑스포 기간에 특별한 행사가 없어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고, 이탈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세계적인 ‘라베르 디’ 오케스트라 팀(180여명)과 합창단 팀(300여명)을 활용해 엄청난 규모의 오페라를 내년 7월에 1주일간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입장수익(50유로, 약6만5천원) 이외에도 협찬 및 파바로티의 갈라쇼와 유럽전역의 TV중계권, DVD 출시, 음반저작권과 각종 부대사업도 전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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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산업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

Q. 제작하신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 뮤지컬 산업에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
A.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란 뮤지컬이 생긴 후, 한국의 뮤지컬 산업은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2001년 이전에 뮤지컬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총 공연수입은 900억원 정도로 1천억 원이 채 안되었지만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는 1200억 원의 순수 뮤지컬시장을 개척했고 매년20%씩 성장하여 작년에는 3000억 원 시장을 돌파했으며 향후 5년 안에 5000억 원 시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뮤지컬을 포함한 콘서트, 클래식 등 다른 공연분야까지 포함하면 80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한다면,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오페라의 유령’ 이 공연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뮤지컬 산업 2000년대 초반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A. 2000년대 뮤지컬시장은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제작할 만큼 체계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작 시스템이나 이와 관련된 일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만큼 황량한 시대였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하며 사용된 계약서가 현재 뮤지컬 시장의 표준 계약서가 됐고, 당시 240명이 1년간 함께 일했었는데 이때 뮤지컬 산업에 여러 직업군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는 프로듀서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지금은 전문화와 세분화가 된 선진 시스템이 생겨났고 그만큼의 고용창출 성과도 거두었죠. 하지만 고용 인력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제작비용도 커지게 되었지만 문제는 정작 티켓 판매가격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2001년 당시의 티켓 가격과 현재의 티켓 가격이 같습니다. 커져버린 제작비용이 공연을 통해 얻은 수입보다 더 많기 때문에 뮤지컬제작사들도 힘들어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인건비와 출연진들의 출연료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Q. 스타들의 고액의 출연료가 문제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회당 1억원의 출연료 등
A. 1억이든 2억이든 그만큼 받을만한 실력의 스타들은 자기들의 몸값을 합니다. 그만큼의 연기력과 노래로 충분한 수입을 창출시켜 주는 것이죠.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인지도나 실력 등 티켓파워의 효과 없이 출연료 자체가 두 배 이상으로 상승을 하는 것이죠.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뮤지컬 배우 노조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정착이 없다보니 출연료 가이드라인이나 개선상황이 미흡한 단계이기 때문에 노조와 같은 단체가 결성이 되는 것이 시장의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외국의 유명 프로듀서들은 각자의 극장을 가지고 있어 자신들의 작품을 공연할 수도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현황은?
A. 극장을 확보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프로듀서가 세 가지 일을 하면 모든 일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첫 번째로 ‘작품을 가지고 오는 것’ 두 번째는 ‘펀드레이징(자금조달)’, 마지막으로 ‘극장입점’입니다. 이 세 가지의 일이 1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고 가장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것이며, 전체업무의 50%를 끝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파크의 경우 티켓 판매 사업과 여행상품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서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자체적으로 공연장을 소유함에 따라 안정적으로 공연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활성화시키다 보니 상장효과를 거두게 된 것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공연장 보유를 준비 중인데, 공연장 사업은 큰 자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연장을 만들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 준비 중입니다.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공연장을 만들었고 만들 때는 큰 자금이 들어가 으리으리하게 짓지만 정작 공연 외에는 수입을 창출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을 할 수 없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국가에서 민간이 짓는 공연장에 힘을 실어 자체적인 공연수입 외에 여러 가지 부가사업을 도입해 고정적인 수입창출을 이룬다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안정적인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K-프로듀서스] &#9328;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한국 뮤지컬산업의 성장

Q.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주도, 현재에도 그런 양상이 뚜렷한데 앞으로 라이선스뮤지컬과 창작뮤지컬의 관계와 시장점유율은 어떻게 예측하는지
A. 저는 뮤지컬산업이 영화산업과 같은 형태로 발전할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산업을 보면 할리우드에서 흥행한 작품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흥행시키면서 영화시장이 커지고, 이를 통해 산업의 발전을 이루어 나갔습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00만 돌파를 한 영화가 ‘늑대와 춤을’이라는 외화인데, 뒤이어서 우리나라 영화 ‘서편제’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그 이후 점점 한국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근래에는 대부분이 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하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뮤지컬산업도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도 성장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향후 10년 안에는 창작뮤지컬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앞지를 수 있을 것입니다.

Q. 기본적인 시장의 형성을 위해 해외 흥행 작품들이 들어오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인가
A. 특히나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문화적 정서자체가 잘 맞고 점점 더 훌륭한 감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최근 ‘셜록홈즈’나 ‘김종욱 찾기’와 같은 작품은 로열티를 받고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로열티(권리)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수출도 우리나라 뮤지컬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 입니다.

Q. 국내에 영화나 드라마분야와 같이 뮤지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마켓이 있는지
A. ‘아들레이드페스티벌’은 뮤지컬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마켓이고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보듯이 오히려 뮤지컬 중심으로 마켓을 구축하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 등과 다르게, 뮤지컬의 페스티벌이나 마켓은 라이브로 배우들도 직접 출연하고 무대도 꾸미고 하는 등의 제반비용 상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활성화가 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한국 뮤지컬계의 성장과 발전에 발목을 잡는 문제점이 있다면, 그에 따른 해결책은?
A. 어느 곳이던 문제점은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정부에서는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대기업 규제를 하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골목상권의 발전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게 어떠한가 생각합니다.
대기업을 억제하기보다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뮤지컬 시장에서도 대기업인 CJ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CJ는 오히려 뮤지컬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창작뮤지컬에는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을 때, 오히려 CJ가 여러 창작뮤지컬 투자나 공연장 건립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통해 약자를 보호한다는 것보다는 약소한쪽에 지원을 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부여해 같은 레벨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Q. 뮤지컬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과제는? 예를 들면 공연장 쿼터제 같은
A. 같은 맥락에서 지원정책이 더욱 중요한데, 공연장 쿼터제는 오히려 규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경우, 해외에서는 공연에 관련된 부가세가 차등화 되거나 아예 없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상품과 일반상품이 똑같이 취급돼 세금이 부과되고 있으며 이런 부분은 분명히 개선돼야합니다. 적어도 공연상품에는 부가세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공연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산업은 기초적인 순수예술산업으로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성장 동인의 영향을 미치므로 뮤지컬전용 극장과 같은 정부의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합니다.

Q. 뮤지컬 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양성 부분도 중요한 것 같은데
A. 현재 뮤지컬 분야만 보더라도 배우를 양성하는 학과만 있지 그 외적인 부분은 없습니다. 좋은 배우만 있다고 훌륭한 뮤지컬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외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존 대학들이 선호하지 않는 실무적인 인력양성 부분에 힘쓰고자 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소극적이고 홍보도 미흡해 오히려 공연장에서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치는 시스템이 생겨야 합니다. 한편으론 순수예술 분야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데, 뮤지컬도 순수예술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순수예술 분야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산업 종사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직업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생각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난데 비해 인재들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K-프로듀서스] &#9328;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K-MUSICAL의 발전과 K-프로듀서
뮤지컬 프로듀서는 예술가? 흥행사? 경영자?

Q. 뮤지컬 제작이나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A. 힘들고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왜 하냐면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하지만 그렇게 하면 흥행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기획과 제작중심의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마케팅의 시대예요. 마케팅이란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볼 줄 아는 눈 즉, 시장을 읽을 줄 아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지 그런 감각과 경험만이 아닌 마켓을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겁니다. 예전에는 제작자가 예술가에 가깝다고 했지만 지금은 예술경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오페라의 유령 제작비 120억원, 위키드 250억원이 결코 적지 않은 제작비인데
A. ‘위키드’의 경우 사전제작비 100억, 1년간의 운영비용 150억 총 2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이중 CJ가 100억 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5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은 각기 40%, 20%만 배당받았죠. 성공확률을 계산하고 투자한 것인데 예전에는 10~20억 원으로 뮤지컬을 만들며 흥행여부에 따라 잠을 설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작비 100억 원대가 넘어가면서는 숫자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지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과중됐기도 했죠. 지금은 숫자에 대해 둔해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 자신을 믿고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Q. 성공할 수 있단 확실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방법은?
A.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1년 까지 가장 성공한 작품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였는데, 이 작품을 96년에 삼성영상산업단과 공동제작하며 2000년까지 매출 80억 원을 달성합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서 ‘오페라의 유령’이 ‘브로드웨이 42번가’보다 10배의 경제가치가 있다고 예상했고 최소 2배 이상의 매출은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확한 수치, 공연의 가치와 시장의 가치 등 그 모든 것을 분석했던 것이죠.
[K-프로듀서스] &#9328;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K-MUSICAL! 대한민국 뮤지컬이 해외로

Q.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영국의 RUG(The Really Usefull Group)와의 오래된 관계는 어떻게 형성?
A. 90년 초반에 RUG의 자회사인 호주 RUC이 있었는데 그곳의 ‘팀맥펄라인’ 이라는 분과 해외마켓에서 인연을 맺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삼성영상사업단이 공연외주제작사를 만들고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를 제작하고자 10년 동안 기획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성사되고 ‘팀맥펄라인’ 대표가 엄청난 위험을 안고 한국에 공연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만 믿고 모든 것을 감수한 채 허가를 해주었는데, 이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됐습니다. 결국 서로의 신뢰가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고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습니다.

* RUG : 1977년 세계적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로이드웨버’에 의해 설립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연극, 영화, 비디오 및 콘서트제작, 라이센싱과 머천다이징, 음반 및 음악 출판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런던의 본사와 뉴욕 및 시드니에 지사를 두고 있다.

Q.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사례에 대해
A. 창작뮤지컬이 해외에 나가는 사례도 있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이 국내에서 제작되어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외작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다시 해외로 진출하는 방법도 좋은 시장입니다. 예를 들면 ‘지킬 앤 하이드’를 일본으로 가져가 조승우가 공연한 적도 있고 그 외에도 많은 라이선스뮤지컬이 일본으로 진출하기도 했는데, 해외문화를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외작품을 우리의 시스템과 배우들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 공연을 한다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빨래’나 ‘김종욱 찾기’, ‘광화문 연가’ 등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시장에 한류스타를 기용해 진출했는데 이제는 한류스타가 없이 ‘셜록홈즈’처럼 언어의 장벽이 없는 콘텐츠를 현지화해 원천기술을 수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K-MUSICAL! 성공의 가능성

Q. 아시아 시장을 우리나라 뮤지컬이 석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은?
A. 절대적으로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나라에서 못하는 일들을 우리나라는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뮤지컬을 수출해 아시아 시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인데 예전에는 일본제품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제품이 뛰어나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한국뮤지컬들도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창작하고 개발해 진출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뮤지컬이 될 것 입니다.

Q. 국내 창작뮤지컬의 해외시장 경쟁력은 무엇이며,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A. 완제품을 우리나라가 수출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배우의 기량은 중국이나 일본 배우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일본의 경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배우들이 얼마나 뛰어난 연기와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 배우의 기량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극을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드라마틱한 것을 좋아하는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러한 요소가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이와 함께 탁월한 연출력도 큰 기량 중에 하나입니다.

Q. 앞으로 소원하는 것이 있다면
A. 아마 모두들 같은 생각일 텐데 어떻게 하면 5000억원 시장을 돌파하고, 한류스타의 힘을 벗어나서 순수뮤지컬 한류열풍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소원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내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뮤지컬 전용극장이 한남동 블루스퀘어과 잠실 샤롯데극장 이렇게 2개인데, 적어도 앞으로 3개 정도는 더 생겨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3년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모든 건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지금은 이 타이밍을 잘 활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Q. 뮤지컬 프로듀서로써 장차 한국을 대표할 후배 기획자들에게 한 마디
A. 뮤지컬은 흥행 산업이다보니 성장하다 보면 순수성에서 멀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은 순수예술에서 시작하는 산업이니만큼, 인간적인 친밀감 등 오히려 끈끈한 휴먼 네트워크를 더욱더 공고히 해 순수한 초심의 마음을 잃지 말고 서로를 더욱더 위해주는 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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