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처음으로 공개된 한국의 국부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은 실물자산에 해당하는 비금융자산, 특히 부동산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과 가계가 개발경제시대의 자산 상승기를 거치면서 토지와 주택 등을 집중적으로 편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토지 자산이 절반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국민순자산(자산-부채)은 1경630조6000억원이다. 2011년보다 464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민순자산의 57%(6056조7000억원)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 몫이었다. 이어 일반정부가 2736조원(25.7%) △비금융법인기업 1524조7000억원(14.3%) △금융법인기업이 313조2000억원(2.9%)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부의 절대다수는 순금융자산이 아니라 부동산, 공장설비, 재고 등 실물경제 자산으로 이뤄졌다. 이들 비금융자산은 1경731조7000억원에 달해 순금융자산(-101조1000억원)보다 훨씬 컸다.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것은 금융자산(1경995조원)보다 금융부채(1경1096조1000억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비금융자산 가운데 토지는 5604조8000억원으로 국민순자산의 52.7%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03조3000억원(3.8%) 증가한 수치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투자 부진, 땅값 상승세 둔화로 토지자산의 증가폭은 2011년(391조8000억원)보다는 작았다. 그럼에도 실물자산 절반 이상이 ‘땅’에 묶여 있다는 것은 여전했다.

◆가계순자산 네덜란드보다 많아

그 결과 한국의 토지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1배에 달할 정도다. 일본 호주 프랑스(2.4~2.8배), 캐나다(1.3배) 등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부동산 거품이 많이 걷히긴 했지만 땅값이 주요국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높은 땅값은 가계순자산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순자산을 구매력 평가 환율(2012년 달러당 847.93원)로 환산하면 4인 가구당 57만1000달러(약 4억8449만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의 82%에 달하고 네덜란드(56만6000달러)를 웃돈다. 네덜란드의 1인당 GDP(4만7600달러)가 한국(2만4300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땅값에 의한 가계자산 증가 효과가 유독 큰 셈이다.

◆경제 활력 잃어가나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자산 구조는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과 같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경우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단기간 급락할 위험은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부의 상당 부분이 기계나 장비, 연구개발(R&D) 등 생산 자산이 아닌 토지에 묶여 있는 건 자금이 생산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정자산에서 설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7.6%에서 2012년 13.9%로 급락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단지를 많이 개발해 저렴한 공장 부지를 공급, 기업의 생산활동에 따른 비용을 낮춰주는 등 자금이 생산활동 쪽으로 흘러갈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금융자산

현금통화와 예금 보험 연금 채권 대출금 등으로 이뤄진 자산.

■ 비금융자산

금융자산을 제외한 자산으로 건물과 도로, 자동차 등 운송장비, 기계류, 생물자원, 연구개발물, 토지, 지하자원 등을 포함한다.

■ 비영리단체

소비자 단체, 종교 단체, 노조 등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단체를 뜻하며 넓은 의미에서 가계 부문에 포함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