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지사·소방본부장은 현장가는 광주소방헬기 호출해 탑승
소방헬기 3대 모두 구조작업엔 투입안돼…"신속 구조위해 운용되는 헬기인데…"


특별취재팀 = 박준영 전남지사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운용되는 도소방헬기를 전남도청 앞 헬기장으로 불러 탑승한 뒤 현장으로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남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는 현장으로 급히 날아가는 광주시소방헬기를 호출해 전남도청앞 헬기장에 착륙하도록 한 뒤 탑승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광주시소방헬기는 침몰 해역으로 가려고 16일 오전 9시 40분께 광주공항을 이륙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이 탑승했다.

헬기가 영암 상공을 비행할 때쯤 전남도소방본부로부터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우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오전 10시 5분께 전남도청 앞 헬기장에 착륙한 뒤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우고 10시 37분께 진도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신속한 구조를 위해 운용되는 소방헬기가 고위공무원을 태우려고 시간을 지체했다는 비판을 살 만한 대목이다.

이재화 광주시소방본부장은 "광주시소방본부는 지원기관으로서 피지원기관인 전남도소방본부 지휘를 받게 돼 있다"며 "통제단장인 도소방본부장이 현장 출동을 위해 시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광주시소방헬기가 전남도청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사고해역으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전남도가 운용하는 도소방본부 헬기 2대가 어떻게 운용됐는지도 주목된다.

전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도소방헬기 1호기는 오전 9시 10분께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을 태우고 전남소방항공대(영암)를 이륙했으나 기상악화로 오전 10시 10분께 진도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도소방헬기 2호기는 오전 10시 40분께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1명을 태우고 전남소방항공대를 이륙한 뒤 전남도청 앞 헬기장에 들렀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공무원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도소방헬기 2호기는 박 지사 등을 태우고 오전 11시 30분 사고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박청웅 전남도소방본부장은 "도지사와 행정부지사는 현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일반적인 재난상황 같았으면 도지사와 부지사가 소방헬기를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대형 재난상황이어서 소방헬기를 이용해 현장에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재난대책 책임자로서 사무실에 대기하기보다는 현장에 신속히 갈 필요가 있었다"며 "헬기이용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급파된 광주소방헬기 1대와 전남소방헬기 2대는 구조작업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도소방헬기 1호기는 사고해역 주변을 수색한 뒤 해경의 지시에 의해 관매도에 대기했다가 연료공급을 위해 영암으로 되돌아왔다.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운 광주소방헬기는 사고해역 주변 상공을 10여분간 선회하고 팽목항에 착륙했다.

전남도지사를 태운 도소방헬기 2호기는 사고해역 주변 상공을 선회하고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운동장에 착륙했다.

박청웅 도소방본부장은 "당시 해경이 소방헬기의 사고해역 진입을 통제해 주변 상공에서 수색을 했다"며 "도지사와 행정부지사는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구조현황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장은 현장 통제관으로서 소방헬기에 탑승해 현장으로 신속히 갈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도지사와 부지사가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민 박모씨는 "전남도청에서 진도 사고해역 부근까지 승용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며 "도지사와 행정부지사가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면 헬기를 도청으로 부를 게 아니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씨는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헬기는 고위공무원들을 태울 게 아니라 더 많은 구조대원을 태워서 신속히 현장으로 날아가는 마인드와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도=연합뉴스)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