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公害정치와 탁상관료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다. 선장·선원은 구속됐다. 수사는 세월호 선박사의 실소유주, 감독관청 및 관련기관으로 번지고 있다. 27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의를 밝혔다. 야권은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뻔한 레퍼토리다.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므로,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총체적 부실의 근본 원인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한다.

책임의 뿌리는 국회와 정치권에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여전히 책임통감은커녕 책임공세뿐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며 표 계산에 골몰하고, 뒷북 입법에 네 탓 공방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미궁에서 길을 못 찾고 헤매는 정치, 문제가 터져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허둥대는 정부, 모두 국난 타개를 위한 절실한 통찰도, 창조성도 메말랐다.

진정 모르는가. 정치·행정의 처음과 끝 글자 정(政)은 아비의 심정으로 국민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급박한 상황에 처한 우리 아이들의 간절한 구조요청에 단 1초도 머뭇거리지 말고 혼신을 다했어야 했다. 가족의 보호막인 가장(家長)의 입장에서 애틋하고 절박하며 민첩하게 행동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통계나 사례쯤으로 여기는 탁상관료들의 무감각에 더해 무사안일, 형식주의, 부처이기주의가 행정조직 및 절차상 난맥상을 키웠다.

행정기능인 집단으로 전락하는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헌법상 국회의 책무다. 예산뿐만 아니라 법률과 규정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게 국회의 소명이다. 무소불위 특권과 특혜는 정부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잘 하라고 부여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포퓰리즘 입법에만 골몰했다. 퍼주기와 생색내기로 표를 구걸하기에 바빴을 뿐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재난대응 입법조차 말뿐이었다.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설계자로서 집권당 및 정치셈법에 매몰된 야당의 책임도 막중하다. 부실한 정치와 무능한 정부가 실로 난형난제 형국이다.

무수한 실패와 실수에도 배우지 못하는 대한민국, 얼마나 더 아프고 무고한 희생을 치러야 할까. 비대해진 정부에서 자체정화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질적 비리, 부패, 관료주의 등 60여년 적폐를 대통령의 질책이나 사정기관의 노력만으로 바로잡기도 어렵다. 역대 정권마다 개혁과 혁신을 주창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국회의 올바른 정부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모든 게 새롭게 변하건만 유독 정치만 변함이 없다. 국민은 정치적 창조성에 목말라하고 있다. 참신하고, 쓸모있고, 적절하며 조화를 이뤄야 창조적 정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며 정략적 책임공세와 표 계산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부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태를 벗지도 못하고, 가치창출도 못하며 시대적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혼돈의 정치판부터 깨뜨려야 한다. 이런 정치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진정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든다면 공해(公害)정치와 행정적폐부터 사라져야 한다. 일단 검찰은 정·관계 비리 및 비호세력까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 실종자 찾기에 덮친 북한의 핵실험 위협상황은 궁(窮)하고 긴(緊)하다. 궁즉통(窮卽通)이라 했거늘 고위 공직사회는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 2013년 말 현재 1527명의 고위공직자, 장·차관에 입법·사법부까지 더하면 2000여명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듯이 고위관료와 선량들은 소수 엘리트답게 온몸으로 위기를 느끼며 헌신, 결단해 공공적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한세억 < 동아대 교수·행정학 saeeokha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