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계열사 특별감리 착수…페이퍼컴퍼니로 외환거래 조사 확대

금융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대출과 관련해 신용협동조합 10여곳에 대한 특별 검사에 28일 돌입했다.

이들 일가의 불법·편법 경영과 관련해 관계사들의 회계처리 적정 여부를 조사하는 특별 감리에도 착수했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 관계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는 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에 이어 회계법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유 전 회장 일가의 대출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신협 10여곳에 대해 긴급히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판 중수부'인 금감원 기획검사국이 산업은행, 경남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에 대해 25일 특검에 착수한 이래 두 번째 조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특별히 부실 정황이 포착된 상황은 아니지만 각종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실태 파악을 위해 금감원이 직접 특별 검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앞서 신협중앙회는 지난주 세모신협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인 바 있다.

이 점검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 및 계열사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출 관련 신협 모두에 대해 특별 검사를 통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신협이 소규모 조합원으로 이뤄지고 경영 관리가 대체로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이 불거질 수도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와 연관된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신협 차입은 한평신협(15억원), 세모신협(14억원), 인평신협(14억원), 남강신협(3억원), 대전신협(2억원) 등 총 100여억원 규모다.

산업은행이 100억원대 대출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빌려줬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특검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런 대규모 특검을 위해 28일 기획검사국 아래 4개팀을 신설했다.

검사기획팀장에 오영석, 1팀장에 김미영, 2팀장에 민경송, 3팀장에 차재홍씨 등 최고 전문가들을 영입해 권순찬 기획검사국장과 함께 드림팀을 구성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에 대한 특별 감리에도 착수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관련 회사들의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혐의가 나타남에 따라 계열사와 회계법인 등에 대한 특별 감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 감리의 대상은 유 전 회장 관련 계열사 11개사와 이들 업체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3곳, 감사반 1곳 등이다.

청해진해운 등의 업체는 비상장법인이어서 이번 특별 감리는 우선 한국공인회계회가 담당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공인회계사회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다가 해당 기업들의 혐의가 드러나면 이에 대한 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인회계사회는 이미 관련 회계법인 등에 공문을 보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감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감리에서 이들 기업의 회계처리 적정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6일 청해진해운과 관계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한 김모 회계사의 서울 강남 사무실과 자택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회계장부와 금전거래 내역 등을 확보했고 김씨 등 회계사 3∼4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10여년 이상 청해진해운의 회계 감사를 맡고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의 임원을 지내는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재무관리를 맡아온 핵심 인물이며 김씨는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검찰과 공조 아래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집중 조사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해서는 계열사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걸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3부자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비자금 조성 창구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의 'SLPLUS', 차남 혁기(42)씨의 '키솔루션' 등 3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수년간 계열사 30여 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고문료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가량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컨설팅 회사가 수백억원의 비용을 받고 경영 자문을 했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를 포함해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해, 다판다, 세모, 문진미디어,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금오산맥2000, 온나라, 트라이곤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 여부를 들여다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가 해외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에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들은 무역 대금 등으로 지난 200년대 중반 이후 2천여억원을 송금했으며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 매입 등 150여억원에 대해선 불법 외환거래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가 1990년대부터 미국 등에서 해외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하고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일부 유명 연예기획사와 유 전 회장 일가가 관련이 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바는 없으나 검사 과정에서 나온다면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심재훈 기자 hoonkim@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