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값 금융위기 후 44% 급등…수도권은 6.8% 하락 '대조'
6개월이면 1순위, 재당첨 제한도 없어…'폭탄돌리기' 피해 우려

지방 아파트 청약에 가수요가 몰리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집값 상승기조와 무관치 않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말 이후 지방 5대 광역시는 아파트 값이 44.3%나 올랐으나 수도권은 6.8% 하락했다.

지난 1년만 해도 지방 5개 광역시는 평균 3.58%가 올랐으나 수도권은 0.48% 떨어졌다.

특히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0.56% 하락할 때 청약 과열이 빚어지고 있는 대구는 11.65%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지방의 경우 집값이 계속 올라주니 시세차익이 보장되고 자연히 웃돈이 생기는 곳에 가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아무 아파트나 청약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분양가가 싼 대단지, 입지여건이 좋은 인기 단지, 혁신도시 등 발전가능성이 높은 단지에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수요를 부추기는 현행 청약제도도 한 몫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청약자격, 분양권 전매제한 등 대다수 청약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한 것을 역이용한 것이다.

지방 민간택지 아파트의 경우 계약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당첨만 되면 한달 내에 1천만∼2천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서울·수도권의 아파트는 민간·공공택지 모두 1년 이상의 전매제한이 있고 미분양도 지방보다 많아 분양권 전매가 쉽지 않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수도권은 그간 집값이 줄곧 약세였고 미분양에다 전매제한까지 있어 단기 투자처로 적합지 않았다"며 "투자수요가 지방으로 대거 몰려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방은 청약 1순위 자격 확보도 수월하다.

서울·수도권은 청약통장 가입후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이 생기지만 지방의 경우 6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부여된다.

또 과거에는 유주택자의 경우 1순위 청약에 제약을 받았으나 지금은 다주택자도 동등하게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무주택 기간 등을 따지는 '청약가점제' 대상 아파트는 다주택자의 당첨확률이 떨어지지만 전용 84㎡ 이하의 경우 40%만 가점제로 공급하고 나머지 60%는 추첨제로 공급해 크게 불리하지 않다.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은 아예 가점제 대상 물량 없이 추첨제로만 당첨자를 가린다.

아파트 당첨 사실이 있는 사람이 일정기간 새 아파트 당첨을 못받도록 한 '재당첨제한'도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1∼3년간 재당첨을 금지하고 있는 공공주택과 달리 민영아파트의 경우 재당첨 제한을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하는데 현재 전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대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른 아파트에 당첨된 사실이 있더라도 새로 청약통장을 만들어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너도나도 청약통장에 가입해 인기 아파트에 청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혁신도시 아파트는 도시 활성화를 위해 외지인에게도 1순위 청약 기회를 열어줘 전국에서 '합법적'으로 청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약 경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공급되는 만큼 인기 혁신도시에는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한 '점프 통장'이 유입되기도 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호반건설이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분양해 전 주택형이 당해지역 1순위서 마감된 베르디움 C5블록 84m의 경우 30가구 모집에 5천82명 청약해 경쟁률이 무려 169.4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약과열은 곧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지의 떴다방과 투자 수요가 개입해 청약률을 부풀리고 분양권 프리미엄 형성한다면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당첨 확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과도한 웃돈까지 주고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공급한 새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부터는 분양권 및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 거액의 웃돈을 주고 산 최종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른바 단타족들에 의한 '폭탄돌리기'의 폐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제도 완화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시장이 과열될 때는 견제 기능이 필요한 법"이라며 "집값 급등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을 재검토해 투기를 막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3년간 대구 등 지방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끝물'이나 다름없다"며 "청약경쟁에 휩쓸려 과도한 웃돈을 주고 구입할 경우 입주 시점에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