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kt렌탈의 오토옥션 경매장 매매상들이 지난 7일 자동차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좌석에 설치된 단말기로 차량 정보를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경기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kt렌탈의 오토옥션 경매장 매매상들이 지난 7일 자동차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좌석에 설치된 단말기로 차량 정보를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번 2012년식 제네시스 경매를 시작합니다.’

지난 7일 경기 안성시 원곡면 kt렌탈(kt금호렌터카) 오토옥션 경매장. 오후 1시 경매가 시작되자 중고차 매매상인들의 손 움직임이 바빠졌다.

‘2012년식 제네시스. 출고일 2011년 11월12일. 주행거리 11만3241㎞. 엔진 양호. 무사고. 기타 수리 필요한 부분 없음.’ 중고차 경매 문외한이 보기에도 썩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 2700만원에서 시작한 경매가가 순식간에 3000만원을 돌파했다. 최종 낙찰가는 3290만원으로 전남 순천의 한 중고차 유통업체에 돌아갔다.

○kt렌탈 “3년 이상 렌터카 이력 보유”

렌터카 1위 kt렌탈 "렌트했던 車 직접 경매…중동딜러도 찾아"
kt렌탈이 이날 경매에 내놓은 552대의 중고차 가운데 303대(낙찰률 55%)가 주인을 찾았다. 수용차량 1200대의 국내 최대 자동차 경매장을 연 kt렌탈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매주 월요일 총 3회 경매를 진행했다. 세 차례 모두 낙찰률이 50%를 넘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박세일 kt렌탈 중고차사업단장은 “경매 참여 회원사가 250개 수준인 신생 경매장으로선 기대 이상의 낙찰률”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1231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업체인 현대글로비스의 평균 낙찰률(62.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t렌탈과 현대글로비스는 모두 전자식 경매를 실시한다. 자리에 설치된 단말기 모니터에 뜬 차량 정보를 보면서 버튼을 누르면 5만원씩 호가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개인 대상 중고차 매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두 경매장 모두 중고차 매매상(법인)만 유료 회원으로 받는다.

kt렌탈은 10만대에 이르는 보유 렌터카 가운데 3년 연한이 넘은 차량을 처분하기 위해 경매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입찰 방식으로 처분했지만 물량이 늘면서 경매로 매각 방식을 바꿨다.

박 단장은 “3년 이상 렌터카로 관리한 이력을 그대로 제시할 수 있다는 데 KT 오토옥션의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식 검은색 쏘나타’ ‘2010년식 회색 에쿠스’ 등 기업에서 장기렌트하던 같은 종류의 차량이 많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중동의 자동차 유통 허브에서 온 상인들이 매번 10명 이상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오스만 알 제디 제이알오토트레이딩(요르단) 대표는 “중동에서 인기가 많은 아반떼나 투싼 등을 대량으로 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최대 물량·다양한 차종”

현대글로비스는 경기 분당(화요일), 시화(목), 경남 양산(금) 등 세 곳에서 경매장을 운영한다. 주간 평균 출품 대수는 1500여대로 작년에 7만2600여대가 이 경매장을 거쳐 갔다.

현대글로비스는 개인 보유 차량도 받아서 경매에 올린다. 물량이 많고 차종이 다양하다는 게 강점이다. 강성곤 현대글로비스 경영기획실 과장은 “1200여개 회원사가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회전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매매상의 마진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가 2012년 7월 양산경매장을 열 때 지역 매매상의 반발이 있었다. 강 과장은 “대당 마진은 줄어드는 대신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당시 반대하던 매매상 대부분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경매장에서 차를 산 매매상들은 ‘글로비스 경매장에서 산 차’ ‘kt금호렌터카에서 관리한 차’ 등 대기업 브랜드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현대글로비스나 kt렌탈은 경매 차량의 엔진 상태부터 내장 부품까지 40여개 항목을 미리 점검해 체크리스트를 첨부한다. kt렌탈 회원인 중고차 매매상 김정식 씨는 “대기업 경매가 활성화되면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