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1961~)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때 이르게 핀 것들은 벌써 낙화(落花)입니다. 시인은 꽃이 피는 것보다 지는 것이, 사랑하기보다 잊는 게 더 힘들다 말했지만 아직 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꽃 한 송이에 눈물 날 때가 있지요. 해가 바뀌고 꽃이 새로 핀다 해도 ‘영영 한참’ 아픈 순간이 있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