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계승자인 형은 동생 헤라클레스가 때려잡은
'헤라클레스:레전드 비긴즈', '인간' 헤라클레스의 사랑과 고뇌
사자를 자신이 잡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헤라클레스는 침묵한다. 나중에 형보다 월등한 힘을 앞세워 간접적으로 진실을 드러낼 뿐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레니 할린 감독(55)의 액션판타지 영화 ‘헤라클레스:레전드 비긴즈’는 이처럼 영웅의 품성을 묘사하는 데 신경을 쓴다. 영웅의 괴력만으로는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천하장사의 탄생기다. BC 1200년께 고대 그리스의 폭군 암피트리온의 만행에 분노한 여신 헤라는 왕비 알크메네로 하여금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를 잉태하게 한다. 형의 질투와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헤라클레스는 왕국에서 추방당한 뒤 적군에 붙들려 노예 검투사로 전락하고 만다.

헤라클레스의 역정은 ‘글래디에이터’의 영웅 막시무스와 비슷하다. 서양의 고대 사극에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검투경기들이 가득하다. 로마시대 이전의 검투경기는 규모는 작지만 더 야만스럽다.

헤라클레스 역 켈란 루츠는 근육질이지만 우락부락하기보다는 섹시한 남성미를 지닌 인물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잇는 근육질 스타가 될지 관심거리다. 극중에서 그가 관객들의 동정심을 얻는 또 하나의 요인은 사랑에 헌신하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다이하드 2’(1990), ‘클리프 행어’(1993), ‘딥 블루 씨’(1999) 등 1990년대 액션 대작을 연출한 핀란드 출신 레니 할린 감독이 건재함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수작은 아니지만, 대중과 일정 부분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한국 감독들도 그의 장수 비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