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기관 대부분에 임원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금융지주,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을 망라한 국내 50개 대형 금융사의 지난달 말 현재 CISO 임원이 있는 곳은 28%인 14곳에 불과했다. 36개 금융사 중 23개사는 임원이 최고정보책임자(CIO)와 CISO를 겸직하고 있고, 7개사는 부장급 직원이 양쪽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개사는 임원이 아닌 부장급이 CISO로 선임돼 있다.

2011년 농협 해킹에 의한 전산망 마비, 지난해 3·20 사이버테러에 이어 최근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초대형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정보보호 의지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상법상 기업 공시의무와 전자금융거래법 규정에는 종업원 수 300명 이상의 금융회사는 CISO를 임원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9개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 2곳, 5개 금융지주사와 9개 은행 중에선 우리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등 각 1곳씩만 규정을 충족했다. 생보사 중에서는 전임 CISO 임원을 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8개 전업카드사 중 우리카드와 BC카드를 제외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하나SK카드, 현대카드 등 6개사가 임원급 CISO를 두고 있었고, 10개 증권사 중에서는 KDB대우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4개사만 임원급 CISO를 선임했다.

이번달 국회에서 CISO와 CIO의 겸직을 금지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CISO 자리가 공석상태인 31개 금융사는 담당자를 새롭게 찾아야 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금융권의 대처가 아직도 안일한 수준"이라며 "CISO를 포함한 금융 정보 보안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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