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송이 씨(오른쪽)와 어머니 최순연 씨의 다정한 모습. 연합뉴스
서송이 씨(오른쪽)와 어머니 최순연 씨의 다정한 모습. 연합뉴스
“베트남에서 간호봉사단원으로 일하시던 어머니를 보고 결심했어요. 나도 저렇게 돼야겠다.”

딸의 꿈은 현실이 됐다.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서송이 씨(30) 얘기다. 제90기 월드프렌즈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선발된 그는 3주간 파견교육을 마치고 오는 16일 남미 에콰도르로 떠난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2년간 지구 반대편에서 간호봉사를 펼치게 된다.

서씨의 어머니 최순연 씨(61)는 10년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간호봉사단원으로 베트남에서 활동했다. “봉사에 뜻을 두고 계시던 어머니는 제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해외 봉사를 떠나셨어요. 갑작스런 결정에 야속하기도 했죠. 그런데 어머니가 일하시던 베트남에 가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신발도 없고 헐벗은 채로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세간 살림도 제대로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고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던 것들이 없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서씨는 대학 전공도 어머니처럼 간호학과를 택하고 해외 봉사활동의 꿈을 키웠다.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싶어 가까운 베트남이 아닌 에콰도르를 지원했다. 서씨를 비롯한 봉사단원 95명은 에콰도르를 비롯해 라오스, 모로코, 탄자니아, 몽골 등 전 세계 13개국으로 파견된다.

“그동안 큰 병원에서만 일했는데 보건소처럼 작은 곳,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에콰도르를 1지망으로 썼는데 선발돼 다행입니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오지로 봉사를 떠나는데 말리는 이는 없었을까. “올해로 서른한 살인데 시집 갈 생각 안 한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시죠.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처음 독립하는 거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서씨는 귀국 후 경험을 살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게 목표다. 그는 2007년 대학 졸업 후 수술실 간호사로 5년간 근무한 뒤 작년 부산대에서 간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번에 파견교육을 받다보니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귀국 후에는 간호학 박사과정을 밟거나 국제개발 부문을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