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비디오 게임, 사지만 말고 직접 만드세요"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초등학생 때 코딩 배워…엄마가 과외까지 시켜줬다"
지난해 12월9일 ‘아워 오브 코드’ 캠페인에 참가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드몬트중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코딩을 배워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있다. code.org 제공
지난해 12월9일 ‘아워 오브 코드’ 캠페인에 참가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드몬트중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코딩을 배워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있다. code.org 제공
“비디오 게임을 사지만 말고 직접 만드세요. 새로 나온 앱을 다운로드받지만 말고 함께 디자인하세요. 휴대폰을 갖고 놀지만 말고 프로그램을 만드세요.”(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건 매우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여동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거든요.”(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작년 말 미국 사회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12월9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컴퓨터과학 교육 주간’에서 정치인,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 학교 교사,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컴퓨터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1주일에 한 시간은 코딩을 공부하자”는 내용으로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주도한 ‘아워 오브 코드’ 캠페인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저커버그뿐 아니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크리스 보시 NBA 농구선수, 인기 가수 윌 아이엠까지 나섰다.

미국이 코딩 교육에 사활을 걸었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IT산업을 갖고 있지만 지금 상태론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컴퓨터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앞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 미국인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워 오브 코드’ 1600만명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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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컴퓨터과학 수업을 들은 학생은 지난 20년간 25%에서 19%로 줄어드는 추세다. 캐머런 윌슨 코드닷오알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듣고 싶어도 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학교가 없는 게 문제”라며 “고등학교의 2%,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포함하면 전체 학교의 10%만이 컴퓨터과학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드닷오알지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만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140만개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컴퓨터 관련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은 40만명에 불과해 100만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부터 시작된 ‘아워 오브 코드’ 캠페인에는 2주 만에 세계적으로 2000만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 중에서 83%인 약 1600만명이 미국인이고 74%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사이의 학생이었다.

코드카데미(codecademy)처럼 아이들이 혼자서도 재미있게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뉴욕 사무실에서 만난 렝 리 코드카데미 운영총괄은 “인터넷만 되면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 코딩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코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자원이 부족해 겪는 곤란함을 코드카데미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과학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주 정부도 늘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 교과과정을 통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 정부가 교과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17개 주와 워싱턴DC가 컴퓨터과학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 1월엔 시카고시가 미국 대도시 중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과학을 정규과목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30여개 고교에서 시범적으로 컴퓨터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뉴욕시도 올 가을학기부터 3년간 컴퓨터 교육 전문교사를 집중 양성하기로 하고 컴퓨터과학을 정규과목으로 정할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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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으로 불평등 해소

코딩 교육은 미국 사회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불평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9만6260달러(약 1억178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2010년 기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 가운데 히스패닉과 흑인의 비중은 각각 4.7%와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의 구성도 해외유학생(49.6%) 백인(34.3%) 아시아계(12.3%) 히스패닉(1.7%) 흑인(1.4%) 순이어서 기술과 교육 수준의 차이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리 운영총괄은 “흔히 저커버그가 코딩을 독학으로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컴퓨터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부모가 코딩을 가르쳐 줄 가정교사를 붙여주기도 했다”며 “모든 아이에게 코딩을 가르쳐 주는 것은 미래를 위한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욕=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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