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3자 정상회담…'만남' 자체가 성과로 볼수 있어
'약한 고리' 한일관계, 日 과거사 태도변화가 관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국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함으로써 전통적인 한미일 3각 협력관계가 복원될지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한·미·일 3국은 미국의 주도 아래 동북아 지역에서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의 군사대국화와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배경으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급변하면서 공조 체제에 파열음을 내왔다.

특히 과거사 문제를 놓고 대립한 한일관계는 3국 공조의 약한 고리로 지목돼 왔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야, 그것도 갖은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3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고리로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 3각공조를 복원할 지점을 다시 찾아냈다.

정상들은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강화 차원에서 가까운 시일 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상·하반기에 수석대표 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3국 정상이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특히 한·미·일 3국은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에 대해 "회담을 위한 회담은 불필요하다"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있는 사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이번에는 회담재개의 문턱을 조금 낮춘듯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날 박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만큼 한·미·일 3국 수석대표들이 조속히 만나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공감했고, 아베 총리 역시 "대북억제에 있어서 일본의 협력도 중요하다"면서 3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3국 정상이 만난 것은 그 자체로서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한미일 공조가 진정한 의미에서 복원되기 위해서는 '한일 과거사 갈등'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임에도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미국의 역내 전략적 이해관계에 부담을 줬던 것이 사실이고, 미국은 어떻게든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외교적 압박을 가해온 터였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일간 과거사 갈등이 좋은 의미에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당분간 유보해야할 상황이다.

아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3국 정상회담 전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는듯 하다가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과거사 왜곡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간 협력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마찰을 빚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한 것도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결국 한미일 3각 공조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자리에 앉았던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 복원의 속도와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헤이그 베를린연합뉴스) 신지홍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