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위탁 국채 지난주 대거 이탈…"러시아가 제재 예상해 선수쳤을 것"

크림 반도 주민 투표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 간 기 싸움을 가열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2010년 주요 20국(G20) 서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IMF 개혁과 관련해 630억 달러에 달하는 IMF 미납금 납부를 승인하도록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10억 달러 지원 법안을 상원에 올리면서 IMF 미납금 납부도 연계시켜 기 싸움이 가열됐다고 FT는 전했다.

이 법안은 지난주 민주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외교위원회를 통과하고 전체 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 승인되면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으로 넘겨진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부각시켜 공화당에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멘데스 의원(민주)은 폭스 뉴스 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진정 지원하려면 IMF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공화당이) 눈가림 수를 택하든지 아니면 의미 있는 조치(IMF 개혁 승인)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인사인 헨리 키신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그리고 민주당 쪽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짐 가이트너,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이 의회에 서한을 보내 "IMF가 미국 이익을 대변하는 중요한 발판"임을 강조하면서 IMF 개혁안을 조속히 승인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IMF 개혁과 우크라이나 지원은 별개라면서 미국인의 세금이 외국 정부 구제에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IMF 개혁을 연계시키려고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 처리도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것이 공화당의 주장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한편, FT는 지난 14일 자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다른 나라들이 맡긴 위탁 자산(custody holdings) 가운데 지난주 1천50억 달러가 일시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연준이 지난 12일 현재 보유한 미 국채가 2조 8천550억 달러로, 한 주 사이 1천5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위탁 자산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빠진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지난해 6월의 신흥국 위기 때도 빠진 규모가 320억 달러에 그쳤다.

월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크림 사태로 말미암은 서방 제재를 예상해 선수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가별 위탁 자산 규모를 통상적으로 3개월 뒤에 공개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발표된 최신 집계는 러시아의 연준 위탁 국채를 1천386억 달러로 밝혔다.

시장은 그러나 러시아가 연준에서 빼낸 위탁 국채를 매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했다.

CRT 캐피털의 이언 린젠 전략가는 "매각하지 않고 다른 은행으로 옮겼을 것"이라면서 "만약 처분했다면 그 여파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최소한 30베이시스포인트(1bp=0.01%) 상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익률은 지난 14일 2.61%로, 지난주 최고치인 2.82%에서 하락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