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본관 전경. / 한경 DB
연세대 본관 전경. / 한경 DB
연세대 인맥이 뜨고 있다. 올 초부터 금융계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정·재계에 연세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연세대가 전통적 강세를 보여 온 상경계열·미디어 분야가 힘을 발휘했다. '튀지 않는 학풍'에 유연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 장점으로 꼽힌다.

◆ 금융계 뉴트렌드 '고모 지고 연인 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금융계다. 이달 3일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이주열 후보자(경영 70)와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불문75)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올 초 IBK기업은행 사령탑에 오른 권선주 행장(영문74), 지난해 6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임종룡 회장(경제78)을 비롯해 작년 말 취임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경영70)까지 모두 연세대 출신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인 '연금회' 멤버다.

이주열 내정자는 1977년 입사해 한은에서 뼈가 굵은 정통 한은맨. 한은 내부 인사로는 두 번째, 연세대 출신으로는 첫 한은 총재가 된다. 권선주 행장 역시 은행권 최초의 공채 출신 은행장이자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김승유(하나금융지주) 어윤대(KB금융지주) 이팔성(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등 소위 금융권 '4대 천왕' 중 3명이 고려대 출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를 두고 "고모(고려대·모피아)가 지고 연인(연세대·인사이더)이 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라인을 잘 만들지 않는 연세대 스타일이 박근혜 정부와 '궁합'이 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찍부터 국제화를 강조한 학풍 때문에 졸업생들이 금융권의 국제화 트렌드와도 잘 맞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 대통령-총리의 '입', 연세대 출신 교체

공석으로 있다 최근 임명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입'도 연세대 출신 라인업으로 채워졌다. 지난달 초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민경욱 전 KBS 앵커와 13일 국무총리실 신임 공보실장(1급)에 임명된 이석우 전 평화방송 보도국장은 연세대 동문이다.

전 정부에서 득세했던 고려대 출신들이 물러나면서 집권 2년차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에선 연세대 출신이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설수를 경계해 모교인 서강대 출신의 중용을 꺼리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영향을 끼쳤다. 서강대 관계자는 "크게 보면 조용하고 합리적인 학풍이 (연세대와) 비슷한 면이 있다" 고 설명한 뒤 "대통령 출신교란 이유로 역차별 받지만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계와 언론계는 모두 연세대가 전통적 강세를 보인 상경계열, 미디어·언론 전공과 연결돼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른바 '연상고법(延商高法)'이란 표현이 있을 만큼 연세대의 간판 학과가 상경계열이며, 유명 아나운서 등 언론인을 많이 배출한 미디어 분야도 강점이 있다" 며 "이러한 전통에 유연하고 합리적인 학풍이 더해져 연세대 출신이 각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