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 시동] 강남개발시대 연 '명품타운 1번지'…대치·반포동에 밀렸던 명성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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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300% 적용하면 기존보다 5000가구 늘어나…압구정 상권도 부활할 듯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같은 상업·금융·주거 어우러진 복합방식 개발도 검토
용적률 300% 적용하면 기존보다 5000가구 늘어나…압구정 상권도 부활할 듯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같은 상업·금융·주거 어우러진 복합방식 개발도 검토
압구정지구 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서울 강남의 부촌(富村) 지도가 재편될지 관심을 끈다. 조선 세조 때 정치가 한명회의 정자(압구정)에서 이름을 따온 압구정동은 1975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되고 현대, 한양 등 1만355가구의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면서 이른바 ‘강남 시대’를 열었다. 20년 가까이 ‘강남 1번지’ 명성을 이어가던 압구정동은 1990년대 이후 대치동과 반포동 등에 ‘1등 주거지’ 자리를 내줬다. 한강과 붙어 있는 이곳이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 최고 35층의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옛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 시각이다.
최고 35층 1만5000여가구로 탈바꿈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변에 최고 50층까지 짓도록 허용하면서 압구정지구에 재건축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2011년 말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종전 50층이었던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낮추고, 대지 기부채납 비율을 25%에서 15%로 완화하는 ‘한강변 관리 기본방향’을 토대로 재건축 사업의 틀이 다시 갖춰졌다.
현재 10~15층 높이(중층)인 압구정지구는 향후 최고 35층으로 올라간다. 한강쪽은 층수가 낮고 한강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지는 구조다. 많은 강남권 거주자들이 한강과 남산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강변을 끼고 있어 압구정지구와 입지 여건이 비슷한 신반포1차 재건축지역은 지난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최고 38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압구정지구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2~3개 층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지역 특성과 차별화된 건축 외관, 공공 기여도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가구수는 1만5000가구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현재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은 150~200%이지만 법정 상한선인 300%까지 적용하면 기존보다 4000~5000가구 늘어나게 된다. 중대형 평형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집 크기를 줄이는 대신 소형 주택을 하나 더 배정받는 ‘1+1 재건축’을 추진하면 가구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부 단지는 복합개발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김중곤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재건축 방식에 따라 주민들이 내야 할 분담금 규모가 달라진다”며 “과거처럼 다 헐고 아파트 위주로 짓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상업·금융·주거가 같이 어우러지는 복합단지로 특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 시동 건 압구정동
압구정동은 1990년대부터 교육 특구인 대치동에 밀리고 2000년대 들어 재건축을 활발하게 추진한 반포동에 치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압구정동 일대 전용 84㎡의 매매가격(부동산114 기준)은 9억5000만~10억원으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2억5000만~14억500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11월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 파크’(3.3㎡당 3800만원)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압구정지구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단지 규모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반포동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주도해온 강남 재건축 시장에 ‘압구정 이슈’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며 “압구정지구는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대형 평형으로 이뤄져 재건축 뒤 강남 주택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압구정동 일대 상권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까지 압구정동 일대는 음식점·카페·술집이 잇따라 들어서 서울 대표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주변, 이태원 등 신흥 상권이 부상하면서 명성이 퇴색했다. 작년 10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 상가들이 다시 들썩이고 골목 곳곳에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는 추세다.
인근 청담동 명품거리의 위상도 더 탄탄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부유층이 압구정 아파트를 사들이고 이들이 명품거리의 배후 수요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지하철 개통에 재건축 재료까지 이어져 압구정동 상권도 서서히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매력 있는 수요층이 뒷받침돼 상권도 더 고급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넘어야할 산은
전체주민 4분의 3 이상 찬성해야
상가와의 권리관계 해결도 숙제
압구정지구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문턱을 넘게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난관은 주민 동의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전체 주민뿐 아니라 아파트와 상가 동별로도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동에 사는 거주자의 경우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재건축에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도 지금과 같은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동을 배정받는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노년층과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가구도 재건축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추가분담금이 들어가는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이미 수억원을 들여 집 내부를 깨끗하게 수리한 집주인들도 재건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재건축 공사기간 동안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가와의 권리관계 해결도 숙제다. 서울 반포 개포 고덕, 경기 과천주공 등 대부분의 재건축단지가 상가와의 협의에 실패해 사업 일정이 2~3년씩 지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0년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정비구역지정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은 9년에 달한다. 압구정동의 경우 정비구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만큼 새 아파트 완공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전문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주민 동의율 확보에 실패하거나 상가 권리관계 조정이 늦어지면 재건축이 하염없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강변이란 입지적 특성상 서울시의 관여도 사업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 외관디자인 가구수 등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공동재산인 한강변의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누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한강변의 관리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도 변수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9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수립하면서 압구정지구에 대해 50층 높이의 초고층 개발을 사실상 강제했다. 하지만 박원순 현 시장은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15%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당장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김진수/문혜정 기자 true@hankyung.com
최고 35층 1만5000여가구로 탈바꿈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변에 최고 50층까지 짓도록 허용하면서 압구정지구에 재건축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2011년 말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종전 50층이었던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낮추고, 대지 기부채납 비율을 25%에서 15%로 완화하는 ‘한강변 관리 기본방향’을 토대로 재건축 사업의 틀이 다시 갖춰졌다.
현재 10~15층 높이(중층)인 압구정지구는 향후 최고 35층으로 올라간다. 한강쪽은 층수가 낮고 한강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지는 구조다. 많은 강남권 거주자들이 한강과 남산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강변을 끼고 있어 압구정지구와 입지 여건이 비슷한 신반포1차 재건축지역은 지난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최고 38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압구정지구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2~3개 층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지역 특성과 차별화된 건축 외관, 공공 기여도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가구수는 1만5000가구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현재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은 150~200%이지만 법정 상한선인 300%까지 적용하면 기존보다 4000~5000가구 늘어나게 된다. 중대형 평형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집 크기를 줄이는 대신 소형 주택을 하나 더 배정받는 ‘1+1 재건축’을 추진하면 가구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부 단지는 복합개발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김중곤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재건축 방식에 따라 주민들이 내야 할 분담금 규모가 달라진다”며 “과거처럼 다 헐고 아파트 위주로 짓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상업·금융·주거가 같이 어우러지는 복합단지로 특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 시동 건 압구정동
압구정동은 1990년대부터 교육 특구인 대치동에 밀리고 2000년대 들어 재건축을 활발하게 추진한 반포동에 치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압구정동 일대 전용 84㎡의 매매가격(부동산114 기준)은 9억5000만~10억원으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2억5000만~14억500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11월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 파크’(3.3㎡당 3800만원)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압구정지구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단지 규모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반포동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주도해온 강남 재건축 시장에 ‘압구정 이슈’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며 “압구정지구는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대형 평형으로 이뤄져 재건축 뒤 강남 주택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압구정동 일대 상권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까지 압구정동 일대는 음식점·카페·술집이 잇따라 들어서 서울 대표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주변, 이태원 등 신흥 상권이 부상하면서 명성이 퇴색했다. 작년 10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 상가들이 다시 들썩이고 골목 곳곳에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는 추세다.
인근 청담동 명품거리의 위상도 더 탄탄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부유층이 압구정 아파트를 사들이고 이들이 명품거리의 배후 수요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지하철 개통에 재건축 재료까지 이어져 압구정동 상권도 서서히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매력 있는 수요층이 뒷받침돼 상권도 더 고급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넘어야할 산은
전체주민 4분의 3 이상 찬성해야
상가와의 권리관계 해결도 숙제
압구정지구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문턱을 넘게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난관은 주민 동의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전체 주민뿐 아니라 아파트와 상가 동별로도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동에 사는 거주자의 경우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재건축에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도 지금과 같은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동을 배정받는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노년층과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가구도 재건축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추가분담금이 들어가는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이미 수억원을 들여 집 내부를 깨끗하게 수리한 집주인들도 재건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재건축 공사기간 동안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가와의 권리관계 해결도 숙제다. 서울 반포 개포 고덕, 경기 과천주공 등 대부분의 재건축단지가 상가와의 협의에 실패해 사업 일정이 2~3년씩 지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0년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정비구역지정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은 9년에 달한다. 압구정동의 경우 정비구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만큼 새 아파트 완공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전문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주민 동의율 확보에 실패하거나 상가 권리관계 조정이 늦어지면 재건축이 하염없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강변이란 입지적 특성상 서울시의 관여도 사업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 외관디자인 가구수 등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공동재산인 한강변의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누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한강변의 관리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도 변수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9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수립하면서 압구정지구에 대해 50층 높이의 초고층 개발을 사실상 강제했다. 하지만 박원순 현 시장은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15%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당장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김진수/문혜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