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무역·통상진흥시책 발표

정부가 '중계·가공무역'을 통해 2020년까지 세계 수출 5강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4년도 무역·통상진흥시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제조분야의 고부가가치 중계·가공무역을 활성화해 수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중계·가공무역이란 해외에서 원자료나 반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화한 뒤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중간재를 우리 기업의 해외법인에 수출해 현지에서 제품화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동북아오일허브 프로젝트의 석유거래 활성화도 일종의 중계·가공무역이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가공수출 규모는 1천609억 달러, 해외 위탁가공 수출은 273억 달러로 전체 수출(5천596억 달러)의 33.6%를 차지한다.

정부는 중계·가공무역 규모를 매년 10%씩 늘려 2020년에는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을 4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법인을 활용한 가공무역의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의 수출품 원산지 규정을 개편해 고부가가치 기준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에서 가공하면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국의 원산지 규정상 100%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특정공정이 한국에서 이뤄졌음을 표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가공된'(Processed in Korea), '한국에서 조립된'(Assembled in Korea) 등의 표기가 가능해진다.

이와 더불어 수출용 원·부자재 수입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국내 가공업체에 제공하는 한편 수입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중계·가공무역을 키우면 트레이딩·마케팅·파이낸싱 등의 고급 일자리가 다수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목표인 2020년 무역 2조 달러 달성 여부는 중계·가공무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계·가공무역으로 국가경제를 일군 사례로는 네덜란드·홍콩·싱가포르 등이 꼽힌다.

네덜란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대국의 중간에 낀 지정학적 위치와 고도화된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중계·가공무역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렸고 이것이 세계 무역 5위로 올라서는 밑바탕이 됐다.

홍콩(10위)과 싱가포르(14위)도 협소한 면적·내수시장 등 여러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중계·가공무역에 집중해 무역대국의 입지를 구축했다.

이들의 중계·가공무역 비중은 각각 98%, 44%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7% 증가한 6천억 달러로 잡았다.

또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을 33%에서 34%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