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감사위원회가 지난 2월 말부터 이건호 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를 정병기 감사가 사전 감사하도록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4일 “국민은행 감사위가 지난달 27일 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는 상임감사위원을 반드시 거치도록 상임감사위원 직무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만큼 감사가 먼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들은 보통 기본사업계획 수립, 이사회 결의안, 직원 징계 등 사전 감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국민은행 감사위는 사전 감사 대상을 은행장이 결재하는 모든 서류로 확대한 것이다. 물론 사전 감사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검토의견을 단다. 하지만 감사가 은행장 결재 서류 모두를 사전에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은행장의 모든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크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 감사는 “경영건전성을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국민은행 관계자도 “내부 규율을 다잡아야 할 시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