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 인천시 송도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D-200 보디 퍼포먼스’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사진은 무용전공 대학생들이 아시안게임 개막 200일을 앞두고 무용 동작으로 ‘AG D-200’이라는 글자를 만든 것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 인천시 송도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D-200 보디 퍼포먼스’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사진은 무용전공 대학생들이 아시안게임 개막 200일을 앞두고 무용 동작으로 ‘AG D-200’이라는 글자를 만든 것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제는 인천이다. 올해 열리는 3대 빅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첫 대회인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4조원을 투입한 소치올림픽이 ‘사치’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오는 9월19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치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72)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문화체육부 장관(1995~1997년)을 지냈으며 2011년 말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10일 소치에서 개막식과 대회 초반 경기 운영 등을 직접 살펴보고 왔다. 3일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이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는 36개 종목 선수 및 임원 1만3000여명이 참가한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김 위원장을 인천 송도의 조직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개막이 2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체 49개 경기장 중 16개 경기장을 신설하는 데 10개는 이미 완공됐고,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가 열릴 주경기장은 오는 4월까지 건설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을 치르면서 대회 운영 노하우도 충분히 쌓았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무엇을 느꼈습니까.

“소치 올림픽은 ‘문화의 나라’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고 봐요. 하지만 54조원에 이르는 물량 공세와 다른 문화를 배려하지 않는 스포츠 국가주의는 너무 심했다고 느꼈습니다. 소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천아시안게임은 알뜰한 대회로 치르면서 이웃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까지 배려하는 ‘열린 대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눔과 배려의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실현할 건가요.

“소치의 각 경기장에선 러시아만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매너 없는 응원문화에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서포터스를 활용해 어려운 나라들을 적극 응원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겁니다. 우리는 스포츠 약소국도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체육 지도자를 보내주고 장비를 지원해 주는 ‘비전 2014’ 프로그램에 7년 동안 총 2000만달러를 썼죠.”

▷‘알뜰한 아시안게임’을 강조했습니다.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로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생각입니다. 카타르 도하, 중국 광저우 등에서 열린 지난 대회는 지나친 물량 공세를 내세웠습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면 강대국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이 알뜰하게 대회를 치러 스포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롤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2019년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가 인천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흑자 대회가 가능할까요.

“인천아
[월요인터뷰] 인천아시안게임 D-200…"54조원 쏟은 소치와 달리 2조5천억으로 알뜰 축제 만들 것"
시안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운영됩니다. 대회 운영에 약 5000억원, 경기장 건설 등 인프라 확충에 약 2조원 정도 들어갑니다. 특히 조직위의 대회 운영 부문에선 반드시 흑자대회를 달성하겠습니다. 정부가 대회 운영 예산을 당초 5454억원에서 4823억원으로 600억원 가까이 삭감했습니다. 예산은 최대한 아끼고 부족한 예산은 기업 후원을 최대한 많이 따내 보완하고 있습니다. 기업 후원 목표가 2억달러인데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최고 등급 후원사로 적극 나서는 등 지금까지 1억5000만달러 가까이 모았습니다. 개막일 직전까지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에 진력해 목표를 이룰 계획입니다.”

▷경기장 건설로 인천시가 재정 압박을 받는다고 합니다.

“인천시가 16개 경기장을 신설하는 데 쓴 예산이 2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인천시의 재정 압박이 도마에 오르곤 합니다만,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모델로 주경기장을 상권 중심의 복합단지로 개발하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숭의경기장과 숭의체육관은 각각 인천 연고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팀의 홈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인기 종목을 위한 시설에선 다소 적자가 나겠지만 스포츠 복지 차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참가에 관심이 높습니다.

“북한이 참가하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모두가 참가하는 ‘퍼펙트 아시안게임’이 완성됩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 관계자가 전 종목 참가를 시사했고, 최근 인천평화컵 축구대회에서 남북 축구 교류경기가 열리는 등 분위기가 좋습니다. 북한은 도하·광저우 등 지난 아시안게임에도 다 참가했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봅니다. 조직위는 북한의 참가에 대비해 남북협력팀을 만들어 숙박, 안전 등을 세심하게 준비 중입니다.”

▷아직 아시안게임의 분위기가 잘 안 나는데요.

“1994년부터 4년마다 동계올림픽, 축구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3대 빅 스포츠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단점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스포츠에 쭉 이어올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야구, 축구, 농구 등 종목별로 출전 선수를 뽑는 단계에서 붐업이 될 겁니다. 국내에선 1가족 1경기 관람 캠페인을 추진하며, 국제적으로는 1월 필리핀 마닐라, 홍콩에 이어 3월엔 인도 뉴델리에서 아시안게임 홍보 로드쇼를 해 아시아 전역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리닝’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국내 스포츠 브랜드 육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미흡합니다. 현재까지 한국 브랜드는 스타스포츠(축구공 등), KP&P(태권도 전자호구), 참피온(탁구용품), 얼라이언스마린(요트) 등 4개 업체가 가장 낮은 등급의 후원사로 참가했을 뿐입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을 과점해 한국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한국 브랜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해요. 더불어 한국 스포츠 기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안게임을 활용해야 하고요. 남은 기간 국내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겠습니다.”

▷친환경 아시안게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할 정도로 환경을 중시하는 도시입니다. 저탄소·친환경 아시안게임을 만들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매립장을 활용해 드림파크 골프장을 만들었고 주경기장을 설계·시공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회 기간 배출되는 탄소량 만큼 산림녹화에 나설 생각입니다.”

▷개·폐회식을 비롯해 문화 아시안게임을 강조했습니다.

“개·폐회식은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장진 감독이 연출해 기대가 큽니다. 한국의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한국 문화의 개성과 독창성을 함께 표현할 예정입니다. 인천 시민이 함께 만들고 약소국을 존중하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시인 고은, 성악가 조수미,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등이 출연하며 깜짝 스타도 초대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대회 기간 한류 콘서트, 아시안 푸드페스티벌 등 한류와 글로벌리즘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영수 조직위원장은

2011년 말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72)이 취임했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향이 인천이긴 하지만 아시안게임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여서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제14대 국회의원(1992~1993년)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 비서관(1993~1995년)을 지냈다.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문화체육부 장관(1995~1997년)에 오른 게 처음이다. 2004년부터 4년 동안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KBL 총재를 하면서 대회 마케팅이나 TV 중계권 협상 등을 경험했다. 각 경기단체와 국제기관 사이 협조를 이끌어낸 것도 위원장 역할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를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인맥과 경험을 쌓은 것도 장점이다. 그는 “조직위는 개최 도시는 물론 중앙 정부와 국회, 언론 등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인천 출신인데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아 이 자리에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