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21조원어치도 횡령"…국가부채 750억 달러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러시아로 도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권 기간 차관 370억 달러(40조원)가 국고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을 통해 실각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재임한 3년 동안 정부가 얻은 차관 가운데 '증발'한 액수를 이같이 설명했다.

야체뉵 총리는 "국고가 도둑맞아 텅 비었다"면서 "370억 달러의 차관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으며, 200억 달러(21조원) 이상의 비축된 금도 횡령됐다"고 말했다.

그는 야누코비치 정부가 남긴 국가 부채가 모두 750억 달러(80조원)에 이르며 남은 국고는 4억3천만 달러(4천600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은 150억 달러(16조원)였다.

야체뉵 총리는 이 기간 우크라이나 금융시스템을 통해 국외로 유출된 국내 자산이 700억 달러(75조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700억 달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과도정부 수립에 힘을 보탠 기존 야권 의원들은 국외 유출 자산이 야누코비치 세력이 착복해 돈세탁을 위해 빼돌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사해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인 전 헤비급 권투 챔피언 출신 비탈리 클리치코는 야누코비치와 측근들이 보유한 국외 계좌를 동결해달라고 미국과 유럽연합(EU)에 호소했다.

야체뉵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 스위스 정부는 자국 은행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보유한 계좌가 있다면 모두 동결하도록 지시했으며 우크라이나관련 계좌를 다룰 때 주의를 기울일 것을 금융기관에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큰아들인 알렉산드르가 지난 3년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으며 그가 운영하는 기업 MAKO가 2011년 스위스 제네바에 지점을 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타르타스 통신 등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 언론에 보낸 호소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권력을 찬탈한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주장하고 러시아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8일 러시아 남부 도시 나도누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