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서울대 파면처분 정당" 복직 어려워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사건' 형사재판이 27일 대법원의 유죄선고로 8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원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던 파면처분 취소소송도 이날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황 박사가 학교로 돌아가기가 어렵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날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실을 숨기고 지원금을 받아내거나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황 박사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신산업전략연구소의 체세포 복제기술 개발 연구 책임자로서 연구비를 은닉·소비하는 등 횡령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불임 여성들에게 수술비를 감면해 주는 조건으로 인공수정에 사용하고 남은 난자를 받아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것은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한 '재산상의 이익을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SK와 농협에서 연구비를 타낸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연구비 후원 계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속이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또 "논문 조작으로 과학적 진실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후속 연구가 무산되는 등 과학계 전체가 입은 피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원심에서 승소했던 파면처분 취소소송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황 박사를 엄하게 징계하지 않으면 연구 기강 확립과 서울대는 물론 과학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이뤄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파면처분이 지나쳤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파면처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2004∼2005년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 논문을 잇따라 게재하면서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5년 말 논문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검찰은 2006년 5월 황 박사가 논문이 상당 부분 조작됐는데도 진실인 것처럼 속여 농협중앙회와 SK㈜에서 10억원씩 지원금을 받고, 신산업전략연구소와 정부 연구비 중 7억8천400여만원을 챙겼다며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황 박사는 난자 제공 대가로 불임 시술비를 깎아준 혐의(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그해 6월부터 시작된 황 박사에 대한 재판은 이날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8년여 만에 종결됐다.

황 박사에 대한 형사재판은 첨단 생명공학 분야를 심리 대상으로 삼은데다 사안이 복잡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장장 8년여가 걸렸다.

검찰 수사기록만 2만여쪽에 달했고 1심에서만 60여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황 박사는 20여명의 변호사를 투입해 기나긴 법정 다툼을 벌였다.

그 사이 재판부는 두 번이나 교체돼 1심 판단이 나오는 데만 3년4개월이 걸렸다.

1심은 신산업전략연구원과 정부 연구비를 빼돌리고 불임 시술비를 깎아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횡령으로 인정한 연구비 가운데 1억500만원 가량을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