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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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재테크 게시판》

제목:연말정산 고수님들 도와주세요 ㅠ.ㅜ

[이름]:내월급돌려도

[등록일]:2014-02-20 13:08

[조회수]:1023/추천수:3건

직장생활 3년차 미혼남입니다. 오늘 월급날이라 통장을 확인해보니 월급이 절반밖에 안들어왔더라고요. ‘이게 뭘까…’ 하다가 며칠 전 회사에서 전화왔던 일이 생각나더군요. “연말정산 분납으로 가능한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냥 “일시불이요”하고 끊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 털어갈 줄은 몰랐네요. 170만원이나 떼어갔네요.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연말정산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테크 고수님들 팁 좀 주세요.

[댓글(7)]

▶세금창조경제: 돈 많이 버시나 봐요.

└내월급돌려도: 아닙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많이 내야 30만~40만원이에요.

▶우울한2월: 동지네요 ㅠㅠ 저도 160만원. 아픈 데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

▶솔로탈출: 장가가세요. 부양가족이 답.

└한국경제만세: 장가가도 맞벌이면 답없음.

└쌍둥이아빠: 역시 다자녀가 살길인가요.

▶국세청장: 어차피 조삼모사입니다. 평소 많이 떼이면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겠죠~ㅎ.

작년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이 마무리된 지난주 인터넷 사이트에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올해 돌려받는 돈이 대폭 줄어들거나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사례가 많아져서다.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세금폭탄’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 스트레스는 누가 정산해주나

연초가 되면 연말정산 업무를 맡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이른다. 중소기업 재무회계팀에 근무하는 유모 대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그동안 직원들의 연말정산을 확정하기 전 잘못된 곳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1차로 서류를 뽑아주고 수정하거나 추가할 부분에 대해 조언해줬다. 그러나 직원들을 도와줄수록 유 대리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져갔다. 유 대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와 연말정산을 해달라고 하는 직원들도 문제지만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은 더 무섭다”고 손사래를 쳤다.

연말정산 서류제출 기간이 끝나도 이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언제 환급금이 입금되는지’ ‘월급통장 말고 다른 통장으로 넣어 줄 수는 없는지’ 등 문의가 폭주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9년차 조 과장은 몇년 전 몇몇 상사들의 황당한 요구에 난감했던 적이 있다. 이들이 아내 몰래 환급금을 받기 위해 현금으로 달라고 했던 것. 조 과장은 상사들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현금으로 환급해줬지만 문제는 그다음 발생했다. 백원짜리 개수까지 계산해 돈을 세다보니 모자라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조 과장은 “연말정산이 데이터베이스화돼 간소화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매년 1월이면 머리가 빠질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업무시간에 연말정산하지 마라

직장생활 5년차인 백모 대리는 지난달 상사로부터 “업무시간에 연말정산하지 마라”는 질책을 받고 눈물이 찔끔했다. 밀린 업무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 급하게 연말정산 서류를 냈다가 누락된 것이 있어 보완하고 있었는데 딱 걸렸기 때문이다. 담당 부서에 문의 전화를 하는 것을 들은 부장은 “연말정산은 퇴근 후에 하라”고 한소리를 했다. 백 대리는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밤 10시가 돼서야 퇴근하는데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며 서러워했다.

시중은행 인사부에서 일하는 P과장(여·36)은 5년째 지각 연말정산을 하고 있다. 남들은 1~2월에 연말 정산을 신경쓰지만 인사부는 그 시기에 회사의 인사 발령이 몰려 있어 가장 바쁘다. 직원복지부장은 인사부장에게 “서류 제출 지각자 명단에 인사부 직원들이 가장 많다”며 “옆 부서에 있으면 직원복지부의 고충을 생각해서라도 서류를 제때 내달라”고 하소연했다.

○부양가족 두고 처제와 기싸움

대기업그룹 계열 반도체 회사의 선임연구원인 박모 과장은 지난주 285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연말정산 통지서를 확인했다. ‘거금’이 들어오게 되자 뛸 듯이 기뻤지만 처제와 장인어른의 부양가족 등록을 두고 펼쳤던 신경전을 생각하면 마음이 개운하진 않다.

사연은 이렇다. 작년 초 30만원가량을 뱉어내야 한다는 연말정산 결과를 통지받은 박 과장.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퍽퍽한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하다가 들은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다. ‘부모님이나 장인ㆍ장모를 부양가족에 포함해라’는 조언이었다. 박 과장의 장인은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는 개인 사업자지만 서류상으론 소득이 없어 부양가족으로 올릴 수 있는 상황. 박 과장은 아내와 상의한 뒤 장인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문제는 며칠 뒤 터졌다. 처제와 손아래 동서도 박 과장과 같은 생각을 했던 것. 처제가 장인에게 “매번 언니만 챙겨준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갔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입장이 난처해진 장인은 “둘이 알아서 하라”며 발을 뺐다. 이후론 집안행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어색한 게 사실이라고.

○연말정산 대비 적금 붓기도

전자부품 업체에 다니는 K부장은 연말정산용 적금을 들고 있다. 교사인 부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그는 중복 공제받은 금액을 항상 토해내야 했다. 이 때문에 매년 2월만 되면 ‘자금난’에 시달리곤 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매년 연말정산용 적금을 들면서 이런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었다. 매달 20만원씩 내고 1년이 지나면 240여만원이 수중에 떨어진다. 이 돈으로 연말정산 때 뱉어내야 하는 돈을 감당하고 있다.

전예진/황정수/박신영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