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럽 증시로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경제 전망이 밝아지면서 유럽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금이 부쩍 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펀드 분석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럽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243억달러(약 26조11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뱅가드FTSE 유럽, 아이셰어MSCI 유럽통화연맹(EMU), 뱅가드FTSE선진국시장 ETF 등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이들 세 ETF에 순유입된 자금은 42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5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자금 유입에 힘입어 증시도 오르고 있다. 범유럽 STOXX유럽600지수는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2.4% 상승했다. 이 기간 0.7% 하락한 미국 S&P500지수와 대조된다. 유럽 증시로 들어온 자금은 주로 저평가된 유럽 우량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로열더치셸그룹, 독일 제약 회사 바이엘, 프랑스 정보기술(IT)서비스 전문업체 아토스AG, 기술 컨설팅업체 소프라그룹,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 등이 대표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찰스 슈라이버 티로우프라이스그룹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유럽에 있다는 이유로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글로벌 일류 기업들의 주식을 매우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 주식시장이 지난해 20% 이상 상승해 이미 저평가된 상태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향후 12개월 실적 전망을 기준으로 범유럽 STOXX6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1.5배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3년 이후 평균 PER인 18.2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WSJ는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