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적자금 회수까지 막는 민주당
우리금융지주 산하 지방은행들의 민영화 작업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지방은행 매각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소집되지 않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기재위를 열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는 우리금융과 아무 상관없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때문이다. 안 사장이 과거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당 인사들을 비방한 글을 올렸는데,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2월 국회뿐 아니라 4월 국회에서도 기재위를 열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단계적 민영화의 일환으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각각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JB금융지주(전북은행)에 팔려고 하고 있다. 매각 시 발생하는 세금 6500억원을 감면해주는 것이 조특법의 내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3월1일 이전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방은행 매각 시 ‘세금폭탄’을 맞기 때문에 매각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경우 지방은행 매각을 통해 1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4월로 예정된 우리은행 매각 계획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이 안 사장의 트위터 글에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 사장을 사퇴시키겠다고 공적자금 회수 작업까지 막는 것은 국가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법안이나 예산안을 볼모로 잡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8월부터 한 달 정도 장외투쟁을 해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연말로 밀렸다. 연말에는 국정원 개혁안과 예산안을 연계시키는 바람에 해를 넘겨서야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19대 국회부터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야당이 정부나 여당의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제동을 걸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야당 입장에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책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