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행객 안전, 개인 선택에 맡겨서야
“이집트 테러 사건 전에도 여행제한지역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전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보낼 수밖에 없어요. 정부는 여행을 금지하지 않고, 여행객은 돈을 들고 와서 가겠다고 하는데 여행사가 말릴 수 있나요?”

성지순례를 전문으로 하는 A여행사 관계자는 18일 이같이 항변했다. 한국인 3명이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성지순례 중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쏟아진 비난과 비판에 대한 항변이다.

지금까지 여행사는 여행유의·여행자제·여행제한·여행금지의 4단계 여행경보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여행제한지역 상품을 큰 어려움 없이 판매해왔다. 여행객에게 여행제한 사실을 알린 후 그래도 갈 것인지 묻는 정도였다. 선택은 여행객 몫으로 남았다. 이집트 경제의 20%를 관광이 차지하고 있기에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있을 수 없고, 2012년 성지순례객 납치사건 때도 불상사는 없었다는 이야기로 여행객들을 안심시켜왔다. 더구나 영리를 우선하는 여행사가 오는 손님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는 시나이반도를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해 두고 있으나 입국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 대상국은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5개국뿐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여권법 17조에 따라 여권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여행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여행경보 3단계 이하로 지정된 지역이다. 정부가 입국을 차단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여행을 목적으로 가지 않도록 권고하고 여행사들에도 관련 상품을 팔지 말도록 계도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시나이반도는 2011년 유혈시위 사태 이후 치안이 악화됐고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단순히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하기에는 위험이 큰 데도 계도 수준에 머물다 이번 참사를 당한 셈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여행객이 여행제한국가로 떠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언제까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에 정부가 좀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로 답해야 하지 않을까.

김명상 문화부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