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금 회장이 투명경영으로 얻은 것
회사에는 여러 가지의 인프라가 있다. IT 인프라, 회계 인프라, 영업 인프라 등…. 그러나 21세기 기업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투명성 인프라’이다.

투명성은 오늘날 위대한 기업을 이루는 절대적 ‘필요조건’이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21세기에는 기계보다 ‘사람의 가동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기업의 진정한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그 기업이 가진 ‘창조성’이다. 그 창조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가동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언제 창조하는가. 즉, 언제 가동률이 올라가는가. 한마디로 열과 성을 다할 때이다. 직원들은 언제 열과 성을 다하는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있을 때이다.

신뢰는 회사에 근본적인 공평성과 투명성이 있을 때 생긴다. 직원들에게 ‘재주는 원숭이가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가져간다’고 보일 때 그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추락하고 열과 성도 식어가기 마련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열심히 자기 뒷주머니 챙기는 회사, 예를 들어 친인척에게 납품권을 주고 뒷돈 챙기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는 곳을 나는 보지 못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계의 생산성만 높으면 됐기 때문에 직원의 열과 성이 좀 식어도 기업이 살아 남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같이 창조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있는 시대에는 직원들의 마음이 떠나면 회사가 살아남기 힘든다.

투명한 회사는 잘 망하지 않는다. 직원의 충성도가 높고 사회적 인식이 좋기 때문이다. 설혹 망해도 부활하기가 쉽다. CEO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웅진 윤석금 회장이 좋은 예이다.

윤 회장은 작년에 다른 재벌 회장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시중의 예상을 깨고 구속을 면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그의 투명경영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문에 ‘털어도 먼지가 안 나왔다’라는 제목이 뜰 만큼 윤 회장의 경영은 투명했다고 한다. 30년 사업을 하면서 차명계좌 하나 없었고 그가 가진 개인 은행 예금 계좌가 단 한 개에 불과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모두들 놀랐다고 한다. 오죽하면 담당 검사가 ‘수십년 검사 생활에 당신 같은 기업인은 처음 보았다’라고 했을까.

웅진그룹은 며칠 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채권자들에게 84%가 넘는 대한민국 법정관리 역사상 최고의 채무변제율을 보이면서 졸업했다.

웅진 투명경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윤 회장 자신이다. 웅진이 불과 30년 만에 비자금 한푼 없이 경영하며 매출 6조원이 넘는 재계 30위권의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신바람 덕이었다고 한다. 신바람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신뢰의 원천은 윤 회장의 투명경영이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이 챙긴 이문은 그것만이 아니다. 부도난 재벌 총수가 기업인으로서 새 출발 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한국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나는 직업상 가끔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CEO들을 본다. 아무 일 하지 않는 부인을 감사로 임명해 월급과 차를 제공하고 신용카드까지 주는 그런 일을 태연히 하는 CEO들이다.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직원의 기를 빼버리는지 제대로 알면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이들은 그런 일로 챙기는 몇십 배, 몇백 배 대가를 여러 형태로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속하는 세계 500대 기업 중 투명하지 않은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투명성은 윤리적 개념이 아니다.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실용적 개념이다.

전성철 <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