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출입경 기록 진위놓고 검찰·변호인 엇갈린 주장

'서울시 간첩 사건'에서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다는 논란에 대해 검찰이 "위조라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사안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16일 문제가 된 3건의 문서는 모두 정식 외교 루트로 발급받은 문서이고 중국 대사관 입장도 위조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검찰과 변호인단 엇갈린 주장…진실은 뭔가 = 검찰은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는 의혹이 일자 14일 밤늦게 취재진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을 한 데 이어 16일에도 브리핑을 열고 의혹 진화에 애썼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의 공식 입장은 위조는 없다는 것"이라며 "위조라고 생각도 못했고, 진정한 것으로 믿고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지금도 위조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대사관 영사부에서 보내온 사실조회 회신에는 '의심이 간다'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 단정적으로 위조라고 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오히려 변호인 측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변호인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허룽(和龍)시 공안국 직원으로 추정되는 자의 진술 동영상에 대해 선양(瀋陽) 영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허락 없이 몰래 녹화한 것으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불법 자료라는 회신이 왔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반박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에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 관리과 도장이 찍혀 있는데, 화룡시 공안국에는 출입경 관리과는 없고 출입경 관리대대만 있다"며 "한 번만 확인해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 억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제출한 자료에 찍힌 공증 도장도 실제 중국에서 사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고 공문서의 어법도 조잡하게 위조돼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국 기록 진위여부 왜 중요한가 = 유씨의 출입경 기록 위조여부에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처럼 목을 매는 이유는 이 기록이 공소유지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 기록에 따르면 유씨는 2006년 5월 27일 오전 11시께 북한에 들어갔고 같은 해 6월 10일 중국으로 나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유씨가 북한에 머무는 동안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고 이후 간첩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씨 측은 어머니 장례를 치르려고 북한에 간 적은 있지만 2006년 5월 27일 중국으로 나온 이후에는 다시 북한에 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5월 27일 이후 유씨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검찰 공소사실의 핵심이자 출입경 기록은 이를 뒷받침할 사실상 유일한 물증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당초 여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유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유가려씨가 1심에서 국정원의 폭행과 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유씨의 주장 외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상황이어서 항소심에서 남은 물증은 출입국 기록이 거의 유일하다.

따라서 유씨가 1심처럼 무죄 판결을 받을지 항소심에서는 검찰 주장처럼 유죄 판결을 받게 될지가 이 출입국 기록의 신빙성에 달린 셈이다.

◇남은 의문점…국정원은 알고 있었나 = 검찰이 중국대사관에서 위조됐다고 회신해 온 3가지 문서를 확보한 루트는 크게 2가지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된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경기록은 국정원이 선양주재 한국영사관의 협조를 받아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확보해 검찰에 넘긴 것들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이 처음 문서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이 위조된 증거를 검찰에 넘겨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에서는 국정원도 공소 유지를 위해 자료를 수집해 올 위치에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에 사실조회를 해 진실된 기록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선양 영사관에서 팩스를 통해 관련 내용을 허룽시 공안국과 주고받은 사람이 영사관에 파견 나가 있는 국정원 직원은 아닌지, 국정원 직원이라면 그 과정에서 또다시 조작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없는지와 관련한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검찰과 변호인이 같은 기관에서 발급받았다는 문서에 대해 중국대사관이 변호인측 서류는 사실이고 검찰측 서류는 위조라고 회신해 옴에 따라 실제로 검찰이 해당 기관에서 발급받은 게 맞는지에 대한 해명도 필요해 보인다.

유씨의 출입경 기록에 입국이 세번 연달아 기록된 부분과 관련해 변호인은 우리의 출입국관리소 격인 삼합변방검사참에서 전산오류로 없던 기록이 생성된 것이라는 설명서를 받아 제출했다.

이에 검찰도 삼합변방검사참에서 받았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설명서는 가짜라는 내용을 재판부에 냈는데, 중국 대사관이 검찰의 이 서류마저 위조라고 회신해 온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필요하면 공소유지를 담당한 공안 1부에서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증거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공안 1부가 진상 규명을 한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