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개최국 러시아를 꺾고 2승째를 올렸다.

스킵(주장) 김지선(27)을 필두로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컬링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4차전에서 러시아를 8-4로 꺾었다.

올림픽 데뷔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12-7로 이겨 역사적인 첫 승리를 따낸 대표팀은 이후 세계랭킹 4위 스위스, 1위 스웨덴에 연달아 패배했다.

그러나 이날 세계랭킹 8위 러시아를 잡고 4강 진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2연패에 빠져 위기에 몰린 대표팀은 앞선 경기에서 몇 차례 실수를 저질러 위축돼 있던 신미성을 대신해 엄민지를 출전시키는 '승부수'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엄민지가 포석을 담당하는 리드로 나섰고, 이슬비·김은지·김지선의 순서로 스톤을 놓았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관중 대부분이 "러시아"를 연호하는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대표팀은 오히려 대담한 작전으로 러시아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득점하기 좋은 후공을 러시아가 잡았을 때 1점만을 내주고, 우리가 후공을 잡으면 착실히 2점을 뽑아 5엔드까지 4-3으로 앞선 대표팀은 다시 후공을 잡은 6엔드에 승부를 걸었다.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표적판) 중앙에 붙여도 1점밖에 내지 못할 상황이 되자, 과감하게 모든 스톤을 하우스에서 몰아내 점수를 얻지 않은 것이다.

컬링에서는 한 엔드에 아무 팀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다음 엔드에도 공격 순서가 유지된다.

스킵 김지선은 다시 후공을 잡은 7엔드에 마지막 스톤으로 다른 스톤을 때려 하우스 중앙에 자리잡은 러시아의 스톤을 몰아내는 절묘한 테이크아웃(밀어내기)을 선보여 단숨에 3점을 얻어내 7-3으로 앞서며 흐름을 가져왔다.

대표팀은 7-4로 앞선 9엔드에서 1점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짓고 기쁨의 미소를 나눴다.

(소치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