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자식들이 부모 유산을 둘러싼 오랜 갈등 끝에 사실상 남남이 됐다.

킹 목사의 막내딸인 버니스 킹(51) 킹목사기념사업회(킹센터) 회장은 6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에버니저침례교회에 모인 신도들 앞에서 마틴 3세(57)와 덱스터(53) 두 오빠를 향해 의절을 선언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아버지의 넋이 깃든 이 교회 설교대에서 버니스는 "우리(남매)는 다른 마음과 다른 사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라며 "제발 우리를 같은 범주에 넣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틀랜타 시내 중심에 있는 에버니저교회는 킹 목사가 아버지인 마틴 루서 킹 시니어와 함께 목회를 한 곳으로, 근처엔 킹 목사 부부의 무덤이 있다.

이에 앞서 버니스의 두 오빠가 공동 대표로 있는 킹 목사 지적재산권 관리법인인 '킹스 에스테이트'는 지난주 킹센터를 상대로 고인의 성경책과 노벨평화상 메달의 판매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성경책은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식 때 사용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품으로 평가된다.

킹 목사는 2006년 타계한 코레타 스콧과 사이에 2남2녀를 뒀으며, 첫째 딸인 욜란다는 배우로 활동하다 2007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이때부터 세 남매 사이에 추악한 소송전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장남인 마틴이 버니스와 손잡고 덱스터를 공격했다.

공금 유용 혐의로 소송이 걸리자 덱스터는 "어머니 유산을 몰래 빼돌렸다"며 형과 여동생을 직권남용으로 맞고소하고 형의 부패 의혹까지 제기했다.

진흙탕 싸움 끝에 세 사람은 킹 목사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회사 조직을 개편한다는 법원 조정에 합의해 화해를 이뤘지만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때 동지였던 마틴과 버니스가 킹센터 경영권을 놓고 반목했고, 후계를 둘러싼 2차 '남매의 난'은 2012년 1월 마틴이 회장직에서 쫓겨나듯 퇴진하면서 버니스의 완승으로 귀결됐다.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목사 안수를 받은 버니스는 이후 신앙심과 능력을 겸비한 진정한 후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폈지만, 지난해 두 오빠가 의기투합하면서 발목이 잡혀버렸다.

마틴과 덱스터는 지난해 8월 킹 목사의 유품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면서 킹센터를 고소했다.

공교롭게도 킹 목사가 "내겐 꿈이 있다"고 외친 워싱턴 연설 50주년 기념일에 소송을 걸어 여동생 망신주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세 남매의 골육상쟁으로 킹 목사와 민권투쟁을 함께했던 동지와 후배들도 반목하는 사이가 됐다.

킹 목사를 정점으로 한 1세대 인사들은 대부분 버니스의 편을 들고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3차 골육상쟁의 결과에 따라 배를 바꿔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