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리츠(부동산 투자회사)·건설사 등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공공개발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전국에 조성한 주택용지(택지지구)의 미분양을 해소하면서 주택 공급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 택지가 꾸준히 누적되면서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건설사와 리츠 등 부동산 투자금융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공기업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LH·지자체, 미분양 땅 팔아 빚 감축…리츠·건설사, 비용 덜드는 일감 확보
수요자 입장에서도 입지 여건이 양호한 택지지구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건설사들도 주택경기 장기침체로 일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땅값을 내지 않고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어 반기는 입장이다.

부채가 140조원에 달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민간부동산개발자본인 리츠를 활용, 임대주택(10년 후 일반분양)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리츠가 미분양 택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LH는 미분양 택지 매각을 통한 매출도 얻을 수 있다. 최근 의정부 민락지구에서 선보인 시범단지(푸르지오)가 대표적 사례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이달에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용지를 리츠에 매각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에는 화성 동탄2신도시 등 10곳에서 매각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민ㆍ관 공동아파트는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예정이다. 일반분양 아파트는 물론 10년 임대 이후 일반분양하는 임대아파트도 인근 단지보다 낮게 공급한다는 게 LH의 입장이다.

민간 건설사들과는 일반아파트 개발에 나선다. 오는 4월 울트라건설과 하남 미사강변도시(A27블록)에서 시범단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LH가 3만4164㎡의 택지를 제공하고, 울트라건설은 설계·분양·시공 등을 맡는 구조로 시행했다.

경기도시공사도 민ㆍ관 공동주택 개발에 적극적이다. 남양주 진건지구 B2·B4블록을 대상으로 민간 건설사를 공모한 결과 각각 8개사와 6개사가 참여할 정도로 업계의 반응이 좋았다.

주택업계에서는 민ㆍ관 공동주택 개발이 LH 등 공기업의 부채 감축에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가 양호한 중소형 주택 용지의 경우 건설사와 리츠의 관심이 높아서 공공사업지로 내놓을 경우 호응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미분양 택지의 경우 ‘사업 수익성이 낮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어 건설사와 리츠의 관심이 꾸준히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LH 등 공기업들이 사업 수익성을 감안한 인센티브 등을 잘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