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회사채시장이 올해 들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AA급 이상의 우량등급에만 훈풍이 불어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상위등급에서 큰 폭으로 축소됐다.

회사채 AA-등급 3년물의 스프레드는 지난달 27일 기준 43bp(1bp=0.001%)로 지난해 말(51bp)보다 8bp 줄어들었다.

AA+등급과 AA0등급의 스프레드도 한달 새 각각 8bp 축소됐다.

AAA등급의 스프레드는 9bp나 줄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많이 줄어든 것은 기관의 투자 재개, 회사채 수요입찰 호조, 공사채 발행 부진 등이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량등급 회사채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공사채 발행이 줄면서 투자수요가 회사채로 몰려 발행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연초부터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마트(AA+등급)를 시작으로 GS(AA등급), 현대제철(AA등급), LG전자(AA등급) 등 AA급에 속한 회사채의 수요예측에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공사채 발행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이례적으로 많이 감소했다"며 "정부의 공공기업 정상화 대책 영향으로 공기업의 자금조달 계획 수립이 늦어지면서 발행 공백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 축소폭은 미미했다.

1월에 A+등급과 A0등급의 스프레드는 각각 1bp 줄어드는데 그쳤고 A-등급은 변동이 없었다.

지난달 크라운제과, 대상 등 일부 A등급 기업의 수요예측이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회사채 시장의 강세가 A등급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A등급의 경우 개별 기업의 재무상태에 따라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AA-등급과 A+등급 간 민평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어 회사채 투자자들은 여전히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AA등급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이달에도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 월별 만기도래액이 2월에 5조5천650억원으로 가장 많아 1월 발행시장의 강세 요인이었던 수급여건이 다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회사채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A급 이하 회사채 비중도 높아 해당 기업들의 차환 위험이 다시 부각되면 전반적으로 회사채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