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신흥국 금융 불안과 한국의 대응방향’ 긴급 좌담회에서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일곱 번째),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여덟번째),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첫 번째) 등 토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아시아금융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신흥국 금융 불안과 한국의 대응방향’ 긴급 좌담회에서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일곱 번째),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여덟번째),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첫 번째) 등 토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유일한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가 깨지면 한국도 안심하지 못 한다.”(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엔저에 맞서는 환율 전략이 시급하다.”(김정식 연세대 교수)

신흥국 금융 불안이 국내 시장에 옮겨붙지 않도록 수출 등 실물경제 여건을 입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금융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좌담회를 열고 신흥국 불안에 맞설 대응책을 이같이 제시했다. 엔화 약세의 충격파를 차단하는 한편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후 국가 간 정책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인도네시아 등 취약국과 비교해 한국의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막상 위험권에 접어들면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내 경제지표는 양호해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외환보유액이 20% 급감하는 등 기존 방어벽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취약국과 한국을 가르는 유일한 차별점은 경상수지 흑자라는 설명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이 자금 유출을 막으려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들의 성장세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중국 성장세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수출전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화 약세는 더 큰 변수다. 차기 경제학회 회장인 김정식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높였던 1997년과 2008년 일본은 엔화가치를 원화보다 떨어뜨렸고 한국은 수출 감소로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오정근 학회장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기 위해선 적정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흥 경기대 교수는 “자본유출입 변동폭을 줄여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게 중요하다”며 “주택담보대출 관행 개선을 통해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도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은 “최악의 상황은 신흥국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선진국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을 통해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등 정책 공조를 이끄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단기자금의 과도한 국내 시장 유입을 막는 ‘영구적 시장 개입’ 방안도 참가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