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3D(3차원) 프린팅 소재 시장에 진출한다. 제3의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 중 하나(2012년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3D 프린팅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시장을 앞서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1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세계 2위 3D 프린팅 업체인 미국 스트라타시스에 부가가치가 높은 합성수지인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스티렌) 공급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이 생산하는 쌀알 모양의 ABS 팰릿을 중간 가공회사에 넘기면 이 업체가 실 형태로 뽑아 스트라타시스에 최종 납품하는 방식이다.

ABS는 충격에 강하면서도 가벼워 자동차와 가전, 의료기기 등에서 금속 대체품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3D 프린터의 절반 이상이 ABS를 완제품 성형 소재로 쓴다.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3D 프린터용 ABS 시장 규모가 작지만 전망이 밝아 중간 가공회사를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000여 곳을 거래처로 둔 스트라타시스는 작년 6월 경쟁사인 메이커봇을 인수하며 업계 선두인 미국 3D시스템스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 외에도 SK케미칼, 효성 등도 독성을 없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을 서두르는 등 3D 프린터 소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3D 프린팅 소재 혁신 본격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된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은 신기술이 3D 프린팅이었다. 3D 프린팅은 프린터 노즐로 합성수지 등을 분사해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부품이나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신기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 기술처럼 느껴졌던 3D 프린팅은 이번 CES에서 판매가격 500달러 미만의 제품이 공개되는 등 상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D 프린팅을 둘러싼 혁신은 △소재(필라멘트) △프린팅 속도 △프린터 크기와 가격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 소재다. 그동안 3D 프린팅의 일반적 소재는 ABS, PLA 등 합성수지였으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3D시스템스가 설탕과 향료 등을 넣어 케이크, 초콜릿 등을 만들어내는 셰프젯을 전시한 게 단적인 예다. 이 회사는 세라믹 가루로 도기 세트를 만들어내는 세라젯도 공개했다. 또 인코데마는 금속 소재를 활용해 파이프라인, 볼트 등 다양한 부품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금속소재 활용이 본격화되면 제조업체들의 3D 프린팅을 이용한 단순 부품 제작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비 레이첸탈 3D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는 CES에서 “3D 프린팅의 소재가 플라스틱 위주에서 세라믹, 금속, 음식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기업 진출 빨라질까

3D프린팅을 통하면 모형이나 금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주기도 줄일 수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팅이 꼽히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월러스어소시에이츠는 2018년까지 세계 제조업체의 25% 이상이 3D 프린팅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3D 프린팅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업체 비중은 72.9%로 압도적 1위다. 유럽(10.2%)과 이스라엘(9.3%)이 큰 격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이 3D 프린팅 소재 분야 참여를 선언한 것은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는 3D 프린팅 시장이 커지면 바이오 원료를 사용하거나 독성을 뺀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려는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과 효성, 금호석유화학, 삼양사 등은 친환경 합성수지 개발을 추진 중으로, 3D 프린팅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3D 프린터 제조사인 캐리마의 이병극 대표는 “산업용에서 가정용으로 3D 프린터 시장이 확대되면 재료를 녹일 때 나는 냄새나 공해가 없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