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중재로 철도파업이 막을 내렸지만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한 여야의 이견이 상당한 데다 철도 노조도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 소위는 31일 첫 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철도산업발전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질의응답을 한 뒤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소위에서 다룰 의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철도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포함한 철도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등이다.

하지만 향후 소위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을 다룬다’는 합의문에 대해 여야가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소위에서 논의할 의제 중에 철도 민영화 금지법안도 들어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영화는 이미 정부에서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소위를 이끌어갈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의 말도 엇갈린다. 강석호 소위 위원장(새누리당)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영화 금지법안 등은 포괄적으로 들어가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이미 발급한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소위의 논의 의제는 철도 발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으로 적혀 있는 만큼 철도 민영화 금지법안과 면허 발급 취소도 논의 대상”이라고 했다.

정부는 철도노조가 철도산업발전소위 정책자문협의체 참여를 통해 철도 경쟁체제 도입 무력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확정된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통해 코레일을 내년부터 ‘수서발 KTX 자회사’ 외에 여객·화물·지원 및 기타사업부문을 맡는 여러 개의 자회사로 쪼개기로 했다. 사업부별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혁 대상인 철도노조가 소위에 참가하면 개혁은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파업 참가자에 대한 파면·해임 등 중징계와 손해배상 소송도 불씨다. 코레일은 파업 철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징계와 손해배상 소송 등은 진행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간부 490여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노조를 상대로 77억원의 영업손실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예금·부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한 상태다.

민주노총·조계사·민주당사라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대’를 활용한 철도노조의 선례가 앞으로 노동계 파업 때 악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도노조 핵심 지도부는 공권력 행사가 제한적인 곳에 몸을 숨기며 파업을 지휘했다. 파업 주동자들이 앞으로 종교계와 정치권을 보호막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보형/김재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