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두 주역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
< 협상 두 주역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
사상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던 철도파업이 22일 만에 극적인 출구를 찾았다.

30일 철도노조는 국회 상임위원회 내에 ‘철도산업발전방안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여야 합의안을 전격 수용, 파업을 끝내기로 했다.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던 파업문제에 대해 단번에 해법을 마련한 여야 ‘협상라인’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이 이번 협상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철도노조와 정부 여당 간 교섭을 주도했으며, 새누리당 친박 실세인 김 의원은 당청과 교감을 통해 협상 조율자로 힘을 보탰다.

이번 협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 겸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민주당사로 은신했을 때부터다. 이 소식을 접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 총장을 불러 “연말까지 파업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특명을 내렸다. 박 총장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데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재직 시 뛰어난 협상력을 보인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박 총장은 다음날인 28일 최 사무처장을 만나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자”고 설득했다. 이에 최 사무처장은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 “국토교통위원회 내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파업을 철회한다”는 잠정안에 합의했다.

협상의 물꼬를 튼 민주당은 국토부 쪽에 합의 내용을 전달했지만 ‘수용 불가’ 입장이 돌아왔다는 게 박 총장 측 설명이다. 이에 박 총장은 새누리당 중진인 김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 총장은 “여당 내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김 의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은 예전 여당 원내대표(김 의원)와 야당 원내수석대표(박 총장)로 자주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협상은 박 총장이 다했다”며 “서로 신뢰가 있어 협상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선택은 주효했다. 새누리당의 친박 실세인 김 의원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즉석 통화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청와대 정부 등과 교감을 거치면서 최종 협상안은 일사천리로 손질됐다.

김 의원과 박 총장이 지난 29일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시간은 밤 9시께. 양당 지도부와 세부사항 조율과정을 거쳐 파업철회 합의문 초안을 만든 시간은 밤 11시30분께였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김 의원은 “당을 설득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의 직접 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의원과 박 총장은 같은 날 밤 12시께 직접 민주노총 본부를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나 서명을 받아냈다. 김 의원은 “손 놓고 있으면 철도파업은 내년까지 가고, 이렇게 되면 예산안 연내 처리는 어려워진다고 청와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