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에는 과거사의 상처를 헤집어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 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이 없었으면 한다”고 30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겨냥해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류국가’와 ‘일등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아베 총리의 행보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일류국가 또는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러나 일류와 일등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등은 경쟁에서 남을 이겨서 순위에서 최고가 되는 거지만, 일류는 최고의 품격과 질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일등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지 못하고,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이익에 맞는 길을 가지 않으면 결코 일류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등국가’는 될 수 있어도, ‘일류국가’가 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등보다 일류가 되는 게 훨씬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나라가 아무리 경제력이 크고 부강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 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앞으로 양국 간 고위급 외교 일정이나 안보 일정이 상당 기간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일본이 우선 역사인식 문제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국회 외통위는 이날 오전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외통위는 결의안을 통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과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유발하는 외교적 도발행위”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결의안에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기도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여성 최초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 내정자와 여성 최초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 등을 언급하면서 “이런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여성 앞에 놓인 유리 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까지 지적한 우리나라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