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첫 무대요? 제가 뭘 하는지도 모를 만큼 몰입하고 정신이 팔려서 공연했어요. 긴장감이나 떨림 없이 무대를 뛰어다닌 것 같아요. 정말 ‘대박’으로 재미있었어요.”

가수 소향(35·사진)은 대구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공연한 지난 6일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했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뮤지컬 무대에 선 첫날이자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날이어서다.

“웃겨야 하는 장면에서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감동적인 장면에서 관객의 감동이 전해질 때마다 희열을 느꼈어요. 관객과 교감을 주고받고, 객석의 에너지와 함께 숨을 쉬는 게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현대 기독교 음악(CCM)계 여신’으로 불리던 소향은 지난해 MBC TV ‘나는 가수다’에 출연,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나가수 소향’이란 찬사를 얻으며 유명세를 탔다. 이후 뮤지컬계에서 캐스팅 제의가 계속 들어왔다. 매번 자신과 역할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하다 ‘마리아’ 역은 바로 “하겠다”고 했다.

“줄리 앤드루스 주연의 영화를 백 번은 봤어요. 밝고 희망적이고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라서 좋아했어요. 천방지축이고 자유분방한 견습 수녀 마리아는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 친근감이 들었어요. 뮤지컬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사운드 오브 뮤직’ 하는 곳은 없느냐고 물어보곤 했죠.”

그는 수록곡 중에 ‘도레미송’과 ‘섬싱 굿(선행)’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리아가 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자청 반, 제의 반’으로 7월부터 3개월간 제작사(극단 현대극장)로부터 ‘개별 특훈’을 받았다.

“윗몸일으키기 등 무대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초 체력을 기르는 훈련이 매우 힘들었어요. 대사 발음과 걸음걸이 등 기초 연습도 쉽진 않았고요. 한 달쯤 지나 ‘그만둘까’ 생각했고, 연출 선생님께 ‘제가 정말 해도 될까요’라고 묻기도 했어요.”

소향은 그 기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했다. “죽어라 연습했다”는 특훈이 없었다면 무대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연습이 있어서 무대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동료 배우와 지인들이 저보고 ‘딱 마리아야’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세요. 그때마다 힘이 나고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겨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대구(12월6~15일)와 부산(19~25일) 공연에 이어 내년 1월4일부터 2월5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서울 공연이라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새 앨범을 준비할 예정이다. CCM계열이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앨범이다. “앨범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장담하기 어렵지만 밝고 희망을 주는 캐릭터라면 언제라도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요. 기회만 된다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도 꼭 해보고 싶고요.”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