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키코(KIKO) 피해기업 태산엘시디가 결국 문을 닫게 될 모양이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워크아웃 중인 이 회사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도록 요구했다. 1983년 설립된 태산엘시디는 국내 LCD 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였다. 그러나 키코 손실(약 8000억원)로 200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부채와 이자를 감당치 못해 마침내 무너져 내리게 됐다.

키코는 2008년 전후로 은행들이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통화옵션 상품이다. 환위험 헤지 상품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 있으면 이익을 얻고, 이를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가 되거나 계약이 무효화되는 일종의 투기상품이었다. 키코 가입 경위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주거래은행 눈치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경우도 있고 잘 모르고 얼떨결에 가입한 기업도 있다. 환투기 욕심을 부리다 엮인 케이스도 없지 않다.

경위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본업이 아닌 곳에 지나치게 한눈을 판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이다. 태산엘시디가 키코를 비롯, 당시 계약한 통화옵션 상품 규모는 한 해 달러 결제 금액보다 컸다고 한다. 헤지 아닌 투기였다는 얘기다. 물론 키코 피해 기업 중에는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별 사정을 떠나 태산엘시디 케이스는 과도한 리스크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옵션 주문 실수로 40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파산위기에 몰린 한맥투자증권도 비슷하다. 위탁매매라는 본업이 성에 차지 않아 위험한 자기매매에 나섰다가 회사 존립이 위협받게 됐다. 기업들이 새삼 새겨야 할 교훈이다.